현대차, 아세안시장 교두보로 '인니' 선택…中·러 대안될까(종합)
by손의연 기자
2022.03.16 17:36:53
인도네시아, 아세안 최대 車 시장…연 100만대 규모
태국·필리핀 등 아세안 5개국, 2025년 385만대 규모
AFTA 등 주요 협정 혜택도…아세안 공략 '파란불'
아이오닉 5 등 친환경차 주력…日과 맞대결 전망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생산거점을 인도네시아에 구축했다. 현대차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인구 6억 이상의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고심이 깊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시장으로 아세안이 주목받고 있다.
| 현대차그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 내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네 번째)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여섯번째) 등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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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 내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 현대차그룹 임직원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과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생산되는 전기차인 아이오닉 5의 양산을 축하한다”며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인도네시아 미래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77만 7000㎡(약 23만5043평) 부지에 지어졌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연말까지 15만대, 향후 25만대 규모의 연간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총 투자비는 제품 개발과 공장 운영비 포함 약 15억5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엔진·의장·도장·프레스·차체 공장·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갖춘 현대차 최초의 아세안 지역 완성차 공장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 내에서 아세안 시장을 위한 전략 차종의 육성부터 생산, 판매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배경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대통령령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현지 부품과 인력 등을 활용해 현지화율 조건을 만족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현지화 전략에 맞추기 위해 현지 진출을 가속화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는 혜택으로는 부품 수입 관세와 사치세(15%) 면제 등이 있다. 정부에서 사용하는 차량도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만대 이상, 총 13만여대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한 배터리셀 공급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 중이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 산업 단지 내 총 33만㎡(약 9만9825평) 면적의 합작공장 부지에서 공사를 시작한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2023년 상반기 완공, 2024년 상반기 중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공장 건립으로 아세안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판매된 아세안 최대 자동차시장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 등으로 인해 판매가 주춤했으나 2025년 이후 다시 연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시장은 중국 시장과 러시아시장의 대안도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중국시장에서만 179만대를 판매했지만 사드 보복사태 이후 매년 내림세를 거듭하다가 지난해 47만728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러시아에선 시장 2위를 차지할 만큼 호조를 보였지만 현재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지속적 경제 제재와 장기적인 수요 감소 가능성도 우려된다. 글로벌 시장이 미국과 중국·러시아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적은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아세안 시장이 중요한 이유다.
아세안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국가별로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2018년부터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점도 현대차에게 매력적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에 따라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 대부분 관세도 철폐된다. 아세안시장에서는 일본 기업이 주요 완성차시장을 70% 이상 점유한 상태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