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OTT ‘큰문’ 누누티비 닫혔지만…‘대피사이트’로 우르르
by박동현 기자
2024.11.14 14:48:14
누누티비 운영자 검거에도…‘대체사이트’ 버젓이 운영
‘우회 기술’ 고도화…"운영자 검거 빨라야 3년"
청소년 도박장 ‘입구’ 불법OTT…광고 수익 ‘수백억대’
"정부 단속 더불어 국민적 수요 근절 동참해야"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최근 불법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이트의 시초격인 ‘누누티비’의 운영자가 검거됐지만 다시 생겨난 대체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기존 운영자가 검거돼도 다른 운영자가 유사 사이트를 개설하기 때문에 ‘대피처’가 끝없이 생겨나는 탓이다. 저작권 침해뿐만 아니라 사이버도박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고 있지만 잡초처럼 뿌리뽑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단속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저작권 인식 개선을 통한 불법OTT의 수요 근절을 강조했다.
| 13일 기준 온라인에 또 다시 등장한 누누티비 사이트에서 우회 사이트 경로가 안내돼 있다. (사진=온라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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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가 ‘누누티비’ 운영자를 검거하며 해당 운영자가 소유한 스트리밍·웹툰 사이트는 개설 3년 만에 모두 폐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는 뒤이어 문을 연 대체사이트가 버젓이 이용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실제 누누티비가 폐쇄된 지 닷새가 지난 14일 기준, 인터넷에 불법OTT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누누티비를 대체하는 사이트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정부의 지속적 단속에도 이들의 운영을 막기 힘든 이유는 고도화된 ‘우회 기술’ 탓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운영자들은 첨단 우회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며 운영한다. 실제 누누티비 운영자 역시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처음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정부가 단속을 나서도 사이트를 임시 폐쇄한 후 파라과이 등 다른 나라에 서버를 두고 ‘시즌2’를 다시 개설하는 등으로 수사를 피했다. 누누티비는 이렇게 도메인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2021년부터 총 3년간 단속을 피해 운영해왔다.
이런 현실에 관계기관이 운영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여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누누티비 운영자 한 명 검거하는 데 걸린 3년은 ‘아주 빠른 편’에 속한다”며 “기본적으로 운영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고 고도화된 우회 시스템을 사용해서 추적이 어려운데다 외국 수사기관과의 공조까지 필요하다”고 전했다. 모니터링과 수사에 박차를 가해도 현실적으로 그들의 개설 속도를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 13일 한 불법OTT사이트에 게재된 불법도박사이트 광고 배너. (사진=온라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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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OTT 사이트는 저작권 침해라는 본질적 문제 외에도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불법도박 유입 통로가 되고 있다. 이날 한 불법OTT 사이트를 접속해보니 첫 화면에만 24곳의 도박사이트 광고 배너가 게재돼 있으며 이중 대다수는 성인인증 없이도 가입이 허용됐다. 불법OTT 사이트가 청소년들의 도박을 유도하는 범죄의 ‘입구’가 된 셈이다.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박 범죄 소년 검거 인원은 2019년 72명에서 올해 8월 기준 328명으로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사이트를 폐쇄해도 계속해서 생겨나는 원인으론 이용자의 끝없는 수요가 꼽힌다. 불법OTT 이용자들 커뮤니티에는 이미 대체사이트를 공유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어 이들은 누누티비 폐쇄에도 개의치 않고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평소 불법OTT 사이트를 통해 최신 영상물을 본다는 20대 남성 손모씨는 “누누티비 막혀서 티비O이나 OO티비로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불법OTT 사이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질 않으며 막대한 광고 수익을 노리는 운영자들은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OTT업계에 따르면 그간 누누티비가 불법 도박 광고로 얻은 이익은 최소 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경찰과 협력해 불법OTT 사이트를 적극 단속하고 검거까지 했지만 결국 돈이 되니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나타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의 수요를 없애 수익을 차단하는 것만이 불법OTT 근절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적극 단속과 수사 등의 사후 대책만으로는 사이트를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강한 처벌을 통한 사후 대책뿐만 아니라 국민적 교육을 통한 저작권 의식을 개선해 수요를 없애는 등 사전 대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수요를 없애기 위한 인식개선과 교육은 현재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강화할 계획”이라며 “다만 학교와 언론 등 다 같이 힘써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