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100만달러"…美대선 미국판 허경영 눈길

by이준기 기자
2020.11.05 19:30:51

조겐슨 자유당 후보, 기득권 정당 철폐 외치며…바이든·트럼프 이어 3위
'팝 가수' 카니예 웨스트, 12개주서 5만5800표 얻어…일각 '노이즈 마케팅'
美서 태어나 14년 거주한 35세 이상, 누구나 후보 가능…공탁금도 없어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 도전한 후보는 비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만이 아니다. 공화·민주 양당의 기득권에 도전한 후보, 아이 출신 시 100만달러 지급 등의 이색 공약을 내건 후보 등 다양한 인물들도 여럿 도전장을 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 초박빙 승부 탓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이들의 ‘무모한 도전’ 이면에는 거대 양당들이 되새겨 할 조언도 적잖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대선 자유당 소속의 여성후보 조 조겐슨의 모습(사진=조 조겐슨 선거운동 홈페이지 캡쳐)
무려 1200여명의 후보 속에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자유당 소속의 여성후보 조 조겐슨이다. 거대 양당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부통령 러닝메이트(제러미 스파이크 코언)와 짝을 이뤄 당내 경선까지 거쳤다. 트럼프·바이든을 제외하면 50개 모든 주 및 워싱턴DC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전국구 후보다. 클렘슨대 심리학과 교수인 조겐슨의 슬로건은 기득권 정당 철폐와 백인남성 대선후보 극복이었다. 그는 “미 정부가 전 세계의 우두머리 행사를 한다”며 미군파병 금지·천문학적인 의료비용 해결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부분 주에서 1% 안팎의 지지율을 얻어 거대 양당 후보들에 이어 3위에 등극했다.

대선 출마한 미국 유명 팝 가수 카니예 웨스트의 모습(사진=AFP)
유명 팝 가수 카니예 웨스트의 도전도 눈길을 끌었다. ‘Through the wire(쓰루 더 와이어)’ ‘Stronger(스트롱거)’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웨스트는 2015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 시상식에서 5년 후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 약속을 끝내 지켰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그는 지난 7월 생일당을 창당해 직접 대선후보로 나섰다. 아이를 낳을 경우 100만달러 지급이라는 깜짝 공약을 내놓기도 했지만, 약 12개 주에서 5만5800표. 총 득표율은 0.04%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겼다. 일각에선 자신의 의류 브랜드를 알리고자 ‘노이즈 마케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연설가인 흑인여성 제이드 시먼스, 아역배우 출신인 브록 피어스 등도 각 지역별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시먼스는 BBC방송에 경제·교육·사법 개역 등을 통해 균등한 기회가 열린 사회를 원한다며 미국 역사에 가장 돈을 적게 들인 선거운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1996년 코미디 영화 ‘퍼스트 키드’에 대통령의 아들로 출연한 아역 배우 피어스는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걸 안다”면서도 “대선 캠페인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널리 알리고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밀레니얼 및 Z세대를 대변하고자 출마했다”고 했다. 가상자산 전문 기업 블록원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피어스는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대통령 출마자가 1200명을 넘어서는 건 한국에선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35세 이상으로 미국에서 태어나 14년간 거주했다는 누구다 후보 등록이 가능한 탓이다. 후보 등록에만 공탁금 3억원을 내야 하는 한국의 경우와 대비된다. 일각에선 이번 군소후보 난립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 노골화된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