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드리겠다, 연락 달라” 정기선 회장 답변에 ‘호평’…무슨 일

by강소영 기자
2026.02.06 13:51:04

네이버 오류로 드러난 지식인 익명글
정 회장, 2008년 언론사 인턴 시절 남긴 답변
‘1타강사’ 이지영도 고3 학생에 위로의 글 ‘훈훈’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남긴 네이버 지식인 답변이 회자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 (사진=HD현대)
6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프로필 업데이트 과정에서 네이버 지식인 작성자의 신원이 노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과 유명인, 연예인 등이 익명으로 남긴 답변이 실명으로 노출됐고 2008년 7월 정 회장이 남긴 댓글도 주목받고 있다.

당시 모텔에서 일하는 한 남성이 장시간 근무와 퇴직금 미지급 문제를 호소하는 글이었는데, 정 회장으로 추정되는 계정은 자신의 신분이나 직함을 밝히지 않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연락 주세요”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답변 인물은 ‘기업인’으로 분류돼 있었으며 답변에 사용된 이메일 주소는 언론사 도메인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실제 200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인턴 기자로 근무한 바 있다. 이 답변은 그가 HD현대중공업 입사 이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009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재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답변이 노출된 뒤 이는 캡처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뭔가 키다리 아저씨 같다”, “조용히 나타나서 사건을 처리해 주는 배트맨을 보는 거 같다”, “부자여도 정의롭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네”, “완전 호감도 상승이다” 등 호평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지식인 답변 노출은 네이버 프로필 서비스 업데이트 과정에서 인물 정보 관리 계정과 지식인 콘텐츠가 일시적으로 연동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엑스퍼트 서비스와 무관한 정치인·연예인·기업인 등 일반 유명 인사들의 프로필에도 ‘지식인’ 탭이 생성돼 과거 익명으로 남긴 답변이 그대로 노출됐다.

정 회장이 2008년에 남긴 네이버 지식인 답변글. (사진=네이버 지식인)
예기치 않은 오류에 논란도 있었지만 훈훈한 미담도 전해졌다.



정 회장 외에도 사회탐구영역 ‘1타강사’ 이지영 씨가 2005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고민에 남긴 답변이 알려지면서 훈훈함을 더했다.

당시 학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한 부모와의 갈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집이 너무 가난하다. 다섯 식구가 방 2개짜리 달동네 같은 곳에 산다”며 “전 진짜 공부를 잘하고 싶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 중학교 때부터 혼자 공부했는데 이젠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너질 것 같은 집에서 사는 것도 지겹고 오르지도 않는 성적 때문에 답답하다”며 “어차피 저 죽으면 밥값도 저렴해지고 좋을 텐데”라고 한탄하는 글을 게재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이 씨는 “나도 학생 때 힘들고 괴로울 때면 참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게 유일한 해결책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누군가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그만큼 자기 삶에 애착이 많은 것’이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렇게나 살아도 상관없이 막 사는 사람들도 잘 사는데 삶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질문자가 그런 사람들보다 더 짧게 생을 마치는 건 억울하지 않느냐”며 “성공하라. 대학이란 문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생활할 수 있는 대학으로 가라. 돈은 어떻게든 벌 수 있다. 절대 돈에, 가족과의 불화에, 학교 성적에 비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위로의 글을 남겼다.

반면 비속어나 스스로를 띄우는 답변 등을 한 경우도 밝혀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중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고려대 재학생 시절 2004년 7월 23일에 남긴 네이버 지식인 답변에선 ‘고려대 남녀차별 심한가요’라는 질문에 “사실 제가 고대생인데 고대 남학우들은 다 욕구불만 변태들이 아니다. 술 취한 상태에서 여학우 성희롱하는 것은 모든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가요?”라고 덧붙여 논란을 더했다.

현재 문제의 네이버 계정은 현재 삭제됐으며 네이버 인물정보에서 지식인 사이트 링크도 모두 제외됐다.

네이버 측은 “지식인 서비스팀이 동일한 문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설정과 타 서비스와의 연결 프로세스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며 “큰 불편과 우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