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여의정협의체 환자 국민 빠졌다”

by이지현 기자
2024.11.13 10:19:50

환자단체연합회 성명발표
의료계 요구만 담길까 우려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환자와 국민의 목소리 없이 의료계의 일방적 요구만을 담는 여야의정협의체의 논의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13일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출범한 여의정협의체에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정당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정부 등만 포함했다. 의료계는 첫 회의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중단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시범사업 중단 △2025년 의대정원 조정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등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회의에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이종태 KAMC 이사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사진=연합뉴스)
환자단체연합회는 “여야의정협의체가 환자와 국민에게 참여 요청을 한 적 없이 양당과 정부, 의료계만의 협의체로 구성된 것이어서 환자와 국민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가 부재한 상태”라며 “환자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로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의료사고 관련 의료인 형사소추 및 형사처벌 면제 논의를 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의정협의체는 의료계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안 제시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간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내용 공개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환자·국민과 더불어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전환에 힘을 모을 것을 약속하라 등을 요구했다.

[성명]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와 국민의 목소리 없이 의료계의 일방적 요구만을 담는 여야의정협의체의 논의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야당과 다수의 의사·전공의 단체가 빠진 채 의료계에서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정당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정부가 참여하는 ‘여야의정협의체’가 지난 11일 출범했다.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의료계는 요청사항을 담은 문건을 전달했으며, 여기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료개혁특위) 중단,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시범사업 중단, 수시시험이 이미 진행 중이고 수능시험을 삼 일 앞둔 2025년 의대정원 조정 등의 제안 내용이 담겨 있다”고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야의정협의체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의정협의체가 환자와 국민의 목소리 없이 의료계의 일방적인 요구만을 담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와 국민을 대변할 단체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 여야의정협의체에서 2026년부터의 의대정원 조정을 넘어 의료개혁 내용까지 논의하는 것에 반대한다. 여야의정협의체가 의료개혁 내용까지 논의하려면 의료개혁특위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개최되는 제7차 의료개혁특위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위의 관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아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 또한, 의료개혁특위 논의가 중단되고 여야의정협의체가 의료개혁 논의를 이어간다면 과연 거기에 환자와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의료개혁특위에 의료계가 빠진 것은 의료계가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고, 이는 의료계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여야의정협의체는 환자와 국민에게 참여 요청을 한 적 없이 양당과 정부, 의료계만의 협의체로 구성된 것이어서 환자와 국민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가 부재한 상태다. 여야의정협의체 첫 회의 후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12월 22일, 23일을 거론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의정협의체는 의료개혁특위 중단을 요구하기 전에 그 ‘의미 있는 결과’라는 것이 환자와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얼마만큼 일치할지부터 제대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환자단체연합회는 여야의정협의체가 환자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로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의료사고 관련 의료인 형사소추 및 형사처벌 면제 논의를 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여야의정협의체에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논의를 진행한다면 지난 2월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발표한 위헌성이 논란이 크고, 의료인 특혜적 내용을 다수 담고 있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의 내용처럼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의료인이 종합보험이나 공제조합에 가입하고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낸 경우 환자가 중상해를 입어도 형사고소를 할 수 없게 하고, 사망한 경우에도 형을 임의적 감경 또는 면제하는 법안이다. 의료계는 의료인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팩트로써 실제 검사에 의해 기소되어 재판받는 건수와 형사재판에서 실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고 경찰 및 검사에 의한 “과도한 수사리스크”가 핵심이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의료행위의 고도의 전문성 및 은밀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의료인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의료인과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의료인을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 의료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입법적·제도적 개혁부터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환자단체연합회의 입장이다. 따라서 여야의정협의체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논의를 한다면, 반드시 환자와 국민도 그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한덕수 총리는 여야의정협의체 첫 회의에서 “국민의 건강보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국민의힘 김성원, 이만희 의원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 여야의정협의체 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환자와 국민의 건강은 보호되어야 하고, 국민의 건강,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하루빨리 9개월간 계속되는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가 해소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환자와 국민이 보호의 대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의료정책과 의료환경을 바꾸는 과정에 환자와 국민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 의료 관련 정책과 제도를 논의할 때 환자와 국민의 경험과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를 이제 더는 용인할 수 없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개혁특위를 운영하는 정부와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와 국민의힘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여야의정협의체는 의료계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안을 제시하라.

둘.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간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환자와 국민에게 밝히라.

셋. 여야의정협의체는 의료계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환자‧국민과 더불어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전환에 힘을 모을 것을 약속하라.

2024년 11월 13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