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일경 기자
2017.12.20 21:09:09
노조위원장·부산 출신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 유력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KB금융지주가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을 두고 정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에서 부회장을 두는 일은 극히 이례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 2008년 지주사를 설립한 이래 2010년 김중회 전 KB금융지주 사장을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영입한 이후 두 번째로 이번에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었다.
KB금융지주는 20일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에 비은행 부문 강화 등을 위한 자문 역할을 위해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자리에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다. 김 전 사장은 1951년 경남 사천 출생으로 1970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2003년 검사부장, 2004년 11월 HR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특히 노조위원장 출신에다 부산 출신 금융인이어서 지난 9월 그룹 회장 선임과정에서 정치권과 노조를 등에 업고 급부상했던 인물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담기도 했으며 지점장 시절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김 전 사장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철저하게 외풍을 막아내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KB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면서 행장은 외부에서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내부 출신인 허인 국민은행장이 선임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KB 이사회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인선을 진행했고 그 이유로 당국과 정치권의 견제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경찰이 노조 선거개입을 이유로 국민은행을 두 차례 압수수색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와 최고경영자(CEO) 승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정치권 및 노조와 친밀한 ‘올드맨’이 컴백한다면 비슷한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연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KB금융 인사에서는 오히려 정권과 가까운 OB인사를 부회장에 앉히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