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내게로 온다”…홍준표의 돌직구 ‘현실 vs 허언’
by김성곤 기자
2017.04.11 18:33:27
홍준표, 9일 심야 경남지사 사퇴 이후 본격 대선행보 스타트
문재인 vs 안철수 양강구도 재편 속 지지율 10% 미만으로 저조
4자구도 필승론 장담에도 유승민과의 보수후보단일화 불투명
보수층 안철수 전략적 지지…보수층 복원 없이 지지율 상승 난망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아트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핵심선거대책위 전체회의에 참석, 선대위원들의 박수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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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차기 대선국면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반짝 컨벤션 효과를 누렸을 뿐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10% 사이의 저조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홍준표 후보가 장담했던 4자구도 필승론은커녕 10% 미만의 득표율로 단 한 푼도 선거비용 보전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 9일 심야 경남지사 사퇴 이후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섰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119석)에 이어 93석을 보유한 원내 2당 대선후보라는 자존심도 무너졌다. 40석에 불과한 원내 3당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며 ‘문재인 vs 안철수 초박빙 양강’ 구도를 형성한 것에 비하며 치욕이다. 상황은 진퇴양난이고 전망도 불투명하다. 그래도 홍 후보는 여유만만이다.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대선 막판 대역전극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홍 후보의 돌직구는 현실화될까? 아니며 허언에 그치고 말까?
홍 후보의 1차 과제는 보수후보 단일화다. 대통령 탄핵 찬반 과정에서 새누리당 분당으로 보수진영이 분열됐기 때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시급하지만 양측의 감정싸움은 여전하다. 홍 후보는 유승민 후보를 보수의 배신자로 지칭하면서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큰 집인 자유한국당으로 조건없이 복귀하라는 압박이다. 유 후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홍 후보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재판 도중에 대선 출마를 감행했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연일 출마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보수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너며 불가능해진다. 홍 후보는 11일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다. 타깃은 유승민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안철수 후보다. 최근 한국당 대변인단도 문·안 양강 후보에 화력을 집중한 상태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발표한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좌파가 집권하면 우리는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보수우파 대통합을 촉구했다. 유 후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기보다는 문재인·안철수 양강후보를 타깃으로 삼았다. 홍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좌파 1·2중대에 불과하다”며 “보수우파 대통합만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김정은 정권을 옹호하는 좌파정권이 들어선다면 미국은 우리와 상의도 없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가석방·특별복권까지 시켜준 장본인이 대통령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라고 맹비난했다. 또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도 “당 따로 후보 따로 사드배치 문제를 대선에 이용하는 후보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좌파 2명(문재인·심상정) 얼치기 좌파(안철수) 보수단일후보(홍준표)’ 홍 후보가 강조하는 이른바 4자구도 필승론은 현 상황에서는 ‘희망고문’이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너무 낮기 때문. 이데일리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8∼9일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에 따르면 홍 후보의 지지율은 8.6%에 불과하다. 유승민(2.2%) 후보보다는 높지만 문재인(41.1%), 안철수(34.8%) 후보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다른 여론조사 역시 홍 후보의 지지율은 대체로 10% 미만이다. 홍 후보와 한국당 측은 신뢰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한국당 중앙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인 강효상 의원은 “여론조사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은 미국 대선,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20대 총선 등 여러 사례에서 입증됐다”며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적인 성향과 지지 후보를 숨기는 이른바 샤이보수층이 굉장히 많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5%까지 있는 샤이 보수층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대선판이 굉장히 요동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나저러나 홍 후보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지지율 상승이다.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인 오는 17일까지는 최소한 15%선은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은 물론 안철수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보수층의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난항을 겪고 보수단일화와 관련, “안 들어오면 (바른정당은)증발한다”고 경고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탄핵과 분당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앙금이 있지만 우여곡절 끝에 보수단일화는 결국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유 후보가 5% 미만의 지지율로 대선을 완주할 경우 막대한 선거비용 문제는 현실이 된다. 홍 후보는 후보단일화 논의와 관련, “후보단일화 논의가 막바지가 와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른정당 내부에서 유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마저 밀리면서 한국당으로의 회군을 고민하는 의원들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바른정당 내에서도 회군파, 즉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꽤 많이 있다”며 재통합 가능성도 내비쳤다.
홍 후보는 보수층 복원에도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보수층 표심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지사를 거쳐 안철수 후보에게 몰린 상황이다. 오죽하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마저 배신자(유승민),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프레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었던 유권자중 절반 가량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준표 후보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홍 후보는 이와 관련, “호남 1중대장(문재인)을 치면 떠돌던 표가 우리 쪽으로 올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도 호남2중대장(안철수)에게 갔다”며 “반기문, 황교안, 안희정을 떠돌던 반문재인 표심이 일시적으로 호남2 중대장에게 가 있지만 곧 우리 쪽으로 돌아오리라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