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훈 기자
2023.01.30 18:41:59
고용부,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
청년은 취업난, 중소기업은 인력난…“직업 난이도 구분해 해결”
단순노무는 외국인력으로…현장실무는 기업주도 훈련으로 대응
임금·복지 처우 격차 문제는 뒷전…“미스매치 해결 어려워”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구직자들이 임금· 처우가 좋은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직업의 난이도를 구분한 맞춤형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의 임금과 복지의 격차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경기 불확실성, 산업·인구구조 전환 대응과 일자리 미스매치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용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실업급여 수급자의 반복 수급과 의존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실업급여 액수를 줄이고 대기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상반기 내 실업급여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 직접 일자리 유사·중복 사업은 통폐합하고, 직접 일자리 반복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민간 일자리로의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을 의무화한다. 정부 재정이 지원되는 일자리 사업을 평가해 지원금이 3회 감액되면 사업을 폐지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는 고질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눈에 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 시장은 중소·영세기업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청년이나 여성 등을 중심으로는 구직난이 발생하는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대기업 취업의 문이 더 좁아지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81만6000명에 달했던 지난해 취업자 수가 올해는 10만명 대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사업체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더 필요한 인원을 뜻하는 ‘부족인원’은 지난해 10월 기준 42만6000명으로 2008년 이후 최대다. 현재 구인 중이라 채용만 되면 한 달 내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도 20만개 수준으로 높다.
고용부가 내놓은 해법은 직업의 난이도(직능수준)를 구분한 맞춤형 대응이다. 고용부는 직능수준을 학력에 따라 △중학교 졸업생의 경우 단순노무인력 △고등학교나 전문대를 졸업한 인력은 현장실무인력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석·박사의 경우 고급기술인력으로 나눴다. 직능수준에 따라 현재 가장 구인난이 심한 곳은 미충원인원 비율이 59%에 달하는 현장실무인력이었다. 이어 단순노무인력(24%), 고급기술인력(17%) 순이었다.
내국인이 회피하는 3D업종이 많은 단순노무인력에 대한 해법은 외국 인력이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명 도입과 함께 한 곳에서 오래 일한 외국인 근로자를 최대 10년 동안 국내에 머무를 수 있게 하고, 조선족 취업 허용업종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제도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장실무인력에 대해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았다. 디지털· 반도체 등 기업주도형 혁신훈련을 대폭 확대하고, 시급한 훈련과정을 빠르게 신설할 수 있도록 인재양성 패스트트랙도 마련한다. 고급기술인력은 선도대학 육성 및 연구중심 인재양성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직능수준 중심의 고용정책이 대기업 중심의 취업난과 중소기업 중심의 구인난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과 복지 등 처우 격차가 극심해지는 현상인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48만 원,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시간제 근로자 포함)은 188만 1000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차이는 159만 9000원에 달한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대 폭이다. 복지와 상여금 비율 등도 2배 이상 차이 난다.
학력에 따른 직능수준에 맞춰 고용정책을 짜도 임금과 복지가 좋은 대기업으로 구직자가 몰리고, 중소기업은 회피하는 경향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임금과 복지 수준이 낮은 일자리는 고졸 청년이나 경력단절여성, 고령자 등 고용 취약 계층이 떠맡는 구조가 고착될 우려도 있다. 고용부는 앞으로 고용률의 총량적 관리가 아닌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의 고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이번 계획에 포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집에만 있는 청년이나 경력단절여성이 단시간 일자리라도 가서 일하는 게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며 “청년이나 여성의 일자리를 통한 소득이 올라가지 않으니 35세에서 55세 남성이 77% 소득을 가져가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이나 여성도 임금이나 복지가 좋은 일자리를 원하고, 위험하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단순노무인력 등 영세·중소기업의 구인난을 외국 인력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고, 일자리 미스매치는 해소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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