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히고 대금 못받고…韓 수출기업 최악 물류대란

by함정선 기자
2022.03.07 21:00:00

기업 덮친 우크라發 쇼크②
국제 선사 이어 HMM도 러시아 등 서비스 중단
국내 기업들 물류 막혀 수출 차질부터 비용 증가
대러 제재 이어지며 대금 못 받는 사례도 늘어
정부 차원 보증제도, 물류 보상과 지원 등 요구

[이데일리 함정선 박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며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러시아 대상 제재가 지속하며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해상과 항공, 육로 등이 막히며 글로벌 물류 차질이 본격화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중소 수출 기업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7일 한국무역협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두 나라의 주요 항구가 폐쇄됐으며 주요 항공사와 선사도 해당 지역으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물류 서비스가 잇따라 멈추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아조프해의 사업 운송을 중단했고 우크라이나는 국가 최대 항구인 오데사를 폐쇄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최대 원양 선사인 HMM은 지난 3일 러시아행 화물 노선 3곳 중 샹트페테르부르크행 서비스 예약을 일시 중지했으며 다른 노선 2곳도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미 세계 주요 선사인 MSC와 머스크도 러시아 대상 해운 업무를 중단하며 공급망 차단에 나선 바 있다.

대한항공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18일까지 러시아행 여객과 화물 운항을 중단했다.

육상 경로도 시베이라횡당철도(TSR) 노선 중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경유하는 노선이 전쟁으로 운행이 끊겼고 유럽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노선은 아직 중단 상태는 아니나 운송사들이 해당 노선 운송을 꺼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미 현대차가 물류 차질로 반도체를 수급하지 못해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고, 삼성전자도 러시아행 물품 출하를 중단했다.

미국이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 조치한 지난 1일(현지시간) 아에로플로트와 로시야 등 러시아 항공사 소속 여객기들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수출 중소기업들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 향하던 물건이 엉뚱한 곳에 내리거나 돌아오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4일부터 11일간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를 보면 256개사 346건의 애로사항 중 물류와 공급망과 관련된 문제가 총 110건(31.8%)에 이르렀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에 화물을 하역하거나 해당 나라를 경유하려던 기업들은 전쟁에 따라 하는 수 없이 다른 나라에 짐을 내리거나 다시 배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판매자인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코트라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운송 중인 화물을 다른 지역으로 긴급히 보내거나 대체 바이어를 찾는 과정 중 임시 보관할 해외 현지의 창고가 필요한 경우 지원하는 긴급 물류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방의 금융·경제 제재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물건을 만들거나 납품하고도 대금을 못 받는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기업 애로사항 346건 중 193건(558%)이 대금결제와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제품을 주문받아 생산을 마치거나 물건을 보냈음에도 바이어들로부터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방의 금융제재 이전에 송금한 수출 대금에 대해 아직 입금(환전)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자료=한국무역협회,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특히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외화 송금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으며 기존 계약이 중지되거나 계약금을 반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 등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일부 러시아 바이어들이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 이전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부품을 보낼 물류비 부담이 크다”며 “전쟁 이후에도 공급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인데 계약 대금도 제대로 못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업들은 기업들의 물류 부담 증가와 대금 결제 등을 지원할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대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가 직접 무역보증 또는 수출대금보증제도를 활성화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쟁으로 물류가 막혀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정부가 수출자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배편이 없는 등의 문제라면 기업을 도울 수 있겠지만 글로벌 국가들의 제재에 따라 선사들이 운항을 중지한 상태라 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존 계약에 대해서는 이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최대한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