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법률자문 선임…M&A 소송 '폭풍전야'
by김성훈 기자
2021.08.19 19:17:31
홍 회장 법률 자문에 LKB앤파트너스 선임
로펌 측 "M&A 소송 수임 아냐" 해명에도
업계서는 '사실상 소송 대비 아니냐' 관측
내달 14일 주총에서 홍 회장 거취에 주목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003920) 회장이 법률 검토와 자문을 맡아줄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홍 전 회장이 매각 결렬을 선언할 경우 새 주인에 오르기로 했던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법적 공방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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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투자은행(IB)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홍 회장은 법률 자문을 위해 LKB앤파트너스를 선임했다. 이 로펌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LKB앤파트너스 측은 법률 자문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한앤코와의 M&A 소송을 위한 수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LKB앤파트너스 측 변호사는 “홍 회장의 법률 검토와 자문을 맡은 것은 맞다”면서도 “소송 대비를 위한 법률 자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소송 대리인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확정된 사안도 아니고 대답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지난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상호 당사자 간 거래를 종결할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주주총회를 연기한 것일 뿐이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한앤코와 계약 종결을 위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홍 회장의 법률 자문을 두고 남양유업 M&A와 관련한 소송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회장은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의 직함은 ‘회장’, 상근 여부는 ‘상근’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홍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올해 상반기 보수로만 8억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의 두 아들도 경영 일선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장남 홍진석 상무는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했다. 사실상 회사 매각 의지를 접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수령은 홍 회장이 임시주총 날짜로 지정한 9월 14일에 쏠린다. 한앤코는 여전히 홍 회장의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홍 회장이 내달 14일 임시주총에서 매각 철회를 선언할 경우 전례가 없는 ‘M&A 노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한앤코 측도 미뤄왔던 ‘끝장 승부’에 돌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앤코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것이 ‘계약이행 청구소송’이다. 쉽게 말해 ‘계약서대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물질·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간 실사를 위해 지출한 법무·재무 비용과 회사 측 인건비, 남양유업에 지급한 이행보증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앤코 입장에서 법적 대응으로 번지기 원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적 공방이 본격화하면 장기간 싸움이 불가피하다. 트랙레코드(투자이력)가 중요한 M&A 업계 평판에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예정대로라면 쓰지 않아도 될 법무 비용 지출은 덤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한앤코가 유리한 상황임은 확실하다”면서도 “장기간 소송에 따른 리스크와 실익 등을 따져봤을 때 막판 봉합에 대한 의지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