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바이오로직스 또 다른 합작사 ‘아키젠’ 한국 철수

by강경훈 기자
2019.01.07 19:42:19

유일 파이프라인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임상 종료
“한국 역할 축소로 사무소 문 닫는 것”
삼성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 시 제일 먼저 개발
바이오젠과 손잡으며 개발 중단
“상용화해도 리툭산에 밀릴 것” 성공 쉽지 않아

서울 강남구 아키젠 서울사무소. 로고가 장식된 벽 뒤로 빈 책상들이 보인다.(사진=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또 다른 자회사인 아키젠바이오텍(아키젠)이 국내에서 철수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5대 5로 합작해 2014년 세운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문 기업이다. 본사는 영국에 있고 국내에서는 서울과 인천 송도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은 혈액암 항암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인 ‘SAIT101’ 하나 뿐이다. SAIT101은 2015년 3분기부터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림프종, 류머티즘관절염 등 두 건의 임상3상시험을 승인받아 진행해 한 건은 종료했고 나머지 한 건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아키젠은 최근 한국 내 사무소 운영을 접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아키젠 서울·인천 사무소 전화번호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 양경미 전 아키젠 대표는 최근 아키젠 사직 후 신라젠(215600)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대표직은 공석으로 남아 있다. 4일 찾은 아키젠 서울사무소는 유리문 뒤로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사무소 폐쇄에 대해 아키젠 관계자는 “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아키젠의 모회사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SAIT101 임상시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한국 사무소 역할이 줄어든 것”이라며 “한국 내 사무소를 폐쇄한다고 회사를 청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뒤 2014년 아키젠을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빅3인 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를 상용화했고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지만 전 세계 매출이 9조원이 넘는 블록버스터인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는 개발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리툭산을 개발한 회사가 바이오젠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손잡고 만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젠의 복제약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SAIT101은 삼성그룹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면서 제일 먼저 개발에 뛰어든 약이었다. ‘SAIT’는 삼성종합기술원의 영문 표기 약자다. 삼성은 2009년부터 종합기술원에서 SAIT101 개발을 시작했지만 바이오젠과 손잡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면서 자연스레 SAIT101 개발을 접었다. 그 후 아스트라제네카가 중단된 SAIT101의 개발을 재개하자는 뜻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전했고 두 회사는 2014년 아키젠을 설립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아키젠의 한국 철수와는 무관하게 SAIT101의 상용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셀트리온(068270)이 ‘트룩시마’로 선점한 상황이다. 트룩시마는 지난 2017년 유럽 출시 후 1년만에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 올렸고 지난해 말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마쳐 올해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다. SAIT101이 올해 허가신청을 제출하면 일러야 2020년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경쟁자였던 산도즈도 셀트리온 때문에 미국 시장을 포기한 상황에서 아직 허가신청도 하지 않은 아키젠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SAIT101은 다른 항암제들과의 병합치료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많은 시나리오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