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녹색` 분류 논란 예고…고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도 난제

by김형욱 기자
2022.05.03 18:17:29

[尹정부 국정과제]
원전 포함 K-택소노미 내년 시행 못박아
사회적 합의나 원전 인식개선 노력 빠져
고준위 방폐장 전제조건 해소 여부 관건
"신규 원전 건설 더 어려워질수도" 우려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원자력발전(원전)을 친환경적 경제활동이라고 규정하는 내용을 담으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원전=친환경’ 공식의 기본 전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리를 놓고도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중 영구처분시설 예시. 핀란드 심층처분에 활용하는 다중방벽시스템이다. (사진=산업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3일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친환경’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장 내년부터 이를 현장 적용해 친환경 원전에 녹색자금 유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원전 최강대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인수위도 지난달 20일 올 8월까지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키로 한 만큼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이를 이번 국정과제 발표 과정에서 시행 시점까지 고정한 것이다.

그러나 향후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원전 건설과 전기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적다는 점에선 친환경적이지만, 방사성폐기물을 배출하기 때문에 오롯이 친환경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은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하면 원전은 결코 녹색일 수 없다”며 “원전 포함 땐 K-택소노미 의미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K-택소노미를 분류할 때도 원전을 배제하고 천연가스(LNG)발전을 포함한 데 대해 논란이 있었다.

시행 시점이 촉박한데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 내용을 국정과제 내용에 담지 않은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국정과제에는 원전 관련 공론화나 원전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은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K-택소노미) 개편 완료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었다.



역설적으로 원전의 K-택소노미 포함이 원전 확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수위는 올 2월 원전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를 참조키로 했으나 EU-택소노미는 전제 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EU에서 `원전=친환경` 등식이 성립하려면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확보하고, 2050년 이후부터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EU 택소노미가 훨씬 강력한 안전 기술과 핵폐기물 처리장 확보를 전제하면서 EU 내 신규 원전 건설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며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을) 오히려 원전업계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인수위는 이 문제를 풀고자 고준위 방폐물 관리를 위해 절차와 방식, 일정을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키로 했다. 국무총리 산하 전담조직을 신설해 컨트롤타워로 삼는다. 그러나 이 절차만으론 부지 선정이란 지상과제를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확보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3~4곳(핀란드·스웨덴·프랑스·일본)뿐이다. 미국은 주민 반발로 착수한 지 40년째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전은 무(無)탄소 또는 저(低)탄소 전원이고 EU도 반영한 만큼 반영되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라면서 “다만 EU처럼 새 정부 임기 내에 큰 갈등을 겪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폐장 입지를 반드시 정한다는 절차와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