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 만의 일단락 '조국 사태'…조 전 장관 재판도 영향 불가피(종합)

by박경훈 기자
2020.12.23 18:57:11

法, 징역 4년·벌금 5억 원 선고…15개 혐의 중 11개 혐의 유죄 판단
조국과 공모 관계 판단…사실상 조 전 장관 의혹에 대한 판단 해석도
딸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가능성도…부산대 "법원 최종 판결 기다릴 것"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법원이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정 교수의 남편이자 공범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모 관계를 명확히 하면서 조 전 장관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또 입시비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서 정 교수의 딸 조민 씨의 의전원 입학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는 23일 업무 방해 등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총 11개 혐의를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1억3800여만 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서울남부구치소 수감을 결정했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장관으로 내정되고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된 지 1년 4개월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의 핵심이 됐던 동양대 표창장은 물론 △동양대 보조연구원 경력 △서울대 인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공주대 인턴 △단국대 인턴 △부산 호텔 인턴도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딸 조 씨가 받은 표창장에 대해 “다른 상장, 수료증과 일련번호의 위치, 상장번호의 기재 형식 등이 다르다”며 “동양대 총장 표창장에 날인된 총장 직인의 형태는 동양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총장 직인의 형태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컴퓨터로 스캔하고 총장 직인 부분을 잘라 붙였다고 판단했다.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 등 일부 증거는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해 아예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정 교수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 규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점은 있지만 증거 능력을 배제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모펀드 관련 혐의 중에선 △자본시장법 위반 중 일부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판단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 △자본시장법 위반 중 거짓 변경 보고 혐의에 대해서는 입증이 안 된다며 무죄를 판결했다.



재판이 끝난 후 정 교수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수사 과정에서 압도적인 여론 공격을 스스로 방어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오히려 피고인에게 형량에 불리한 사유로 언급됐다”면서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 지울 수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검찰도 횡령죄 등 일부 다른 혐의들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일주일 이내에 항소장이 제출되면 법원이 항소심 재판부를 배당하며, 양측은 조만간 2차전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정 교수 혐의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조국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의 1심 선고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무도 큰 충격”이라며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다”고 적었다.

이날 재판부의 선고는 사실상 조 전 장관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판단을 내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교수 1심 재판부가 인정된 사실 관계가 다른 재판이나 항소심에서도 똑같이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 이날 재판부는 정 교수 선고 중 사모펀드 관련 부분에서, 앞서 선고가 내려진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재판 결과와 다른 판단을 했다.

또 다른 관심은 딸 조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여부다. 부산대는 이날 선고 직후 “지난 국정감사 당시 차정인 총장이 밝힌 입장이 현재 우리 대학의 공식 입장이다”고 밝혔다. 차 총장은 당시 “의전원에 재학 중인 조민 씨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이후 학칙과 모집 요강에 따라서 심의 기구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씨에 대한 입학 취소는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이날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임정엽 재판장(52·사법연수원 28기)도 주목받았다. 임 재판장은 광주지법에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기소된 이준석 세월호 선장 등 승무원들의 1심 재판장을 맡았다. 당시 이들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이 선장에게 징역 3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5일, 정 교수의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의 구형에 불만을 가진 방청객 1명이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자 2시간 동안 구금하는 결단력 있는 모습도 보여줬다.

한편 이날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