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엇박' 속 철강업계 '강력 반발'…환경부 제재 수위 낮추나(종합)

by남궁민관 기자
2019.06.04 21:29:13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작업자가 쇳물 출선 후 후속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 뉴스룸)
[이데일리 남궁민관 박일경 기자] 최근 철강업계를 덮친 고로 ‘조업정지’ 논란과 관련 정부 부처들과 지자체 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 관련 정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개선을 위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즉각 제재보다는 대안마련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부는 ‘명백한 법규 위반’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이같이 부처 간 의견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청남도가 돌연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며 철강업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모양새다. 철강업계는 물론 관련 전방산업까지 자칫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에서, 관련 기관들의 이같은 엇박 행보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지난달 말 현대제철(004020)이 당진제철소 제2고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가스를 대기오염방지설비가 없는 ‘고로 브리더(안전밸브)’로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관계부처인 산업부와 환경부가 정확한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인 충남도가 돌연 이같은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점이다. 사실상 ‘엇박’ 행보가 연출된 모양새다.

산업부는 그간 환경부와 지자체 측에 철강업계 상황을 설명하며 대안마련을 위한 논의를 요청해왔지만, 돌연 충남도가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 데 대해 사뭇 당황한 눈치다. 이날 ‘제20회 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산업부 관계자는 “충남도는 전남도가 하는 것을 보고 하겠다고 했는데 청문절차는 법적으로 필요하지 않며 갑자기 조업정지 처분을 결정했다”며 “더군다나 최근 전남도 요청으로 세계철강협회(WSA)가 ‘한국 철강업체들과 동일하게 전세계 모든 철강업체는 모두 고로 브리더를 운영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고, 충남도도 이를 알고 있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전세계적으로 동일하다면 우리가 최초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설령 위법이라고 해도 조업정지는 지나치게 센 조치”라고 환경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환경부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지자체 역시 이에 따랐다는 입장. 환경부 관계자는 “고로 브리더 운용은 관할관청인 각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사항으로 비상 개방이 아닌 임의 개방 시엔 인·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대기환경보전법상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없도록 한 상황에서 용광로 폭발 위험이 감지된 비상시가 아닌 단순 청소를 위한 브리더 개방은 명백한 법규 위배라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반발은 거세다. 고로 브리더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여부에 대한 통계가 없는 데다, 고로 브리더에 대기오염방지설비를 부착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로 브리더는 고로 폭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현대제철에 대한 조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피해 규모는 최소 8000억원(3개월 정지시)에서 최대 8조원(고로 재건설, 24개월 소요시)에 이를 전망이다. 충남도에 이어 경북도와 전남도가 동일한 결정을 내린다면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005490) 회장은 “한국철강협회에서 모레(6일) 입장문을 낼 것”이라며 개별 기업이 아닌 철강업계 차원에서 대응할 것을 예고했고, 현대제철은 한달의 유예기간 뒤 조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행정심판 및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도 이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제재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환경부 대기관리 담당자는 이날 “각 시도지사는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제철업 2개사의 포항·광양·당진제철소 3개 사업장으로부터 배출가스 저감이행 계획서를 받고 대기환경보전법상 제재 수단의 하나로 규정된 과징금 처분(제37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문절차를 진행 중인 경북도와 전남도에 대해서는 의견청문을 통해 조업정지에서 과징금 처분으로 수위를 낮출 수 있으며, 이미 조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충남도는 대기환경보전법상 ‘조업정지가 △주민의 생활 △대외적인 신용·고용·물가 등 국민경제 △그 밖에 공익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조업정지 처분을 갈음해 2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