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 발행, 1조달러 돌파…연초 기록적 속도(종합)

by임유경 기자
2026.02.03 15:37:22

오라클 250억달러 회사채 발행 후 달성
올해 발행 속도, 작년·재작년보다 빨라
투자 수요 확대·회사채 스프레드 축소 영향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투자자 수요 확대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환경이 우호적인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누적 발행 규모는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1조달러(약 1450조원)를 돌파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오라클이 250억달러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 이후, 올해 글로벌 채권 발행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4년(2월 7일), 2025년(2월 11일)보다 더 빠른 속도다.

올해 발행 물량의 40% 이상은 정부 채권이 차지했다. 금융회사들도 전체 공급의 약 35%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는데, 골드만삭스가 추진한 160억달러 규모의 대형 발행 계획도 포함된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투자등급 회사채 간 금리 격차가 75bp(1bp=0.01%)로 좁혀졌다.(이미지=스트리트스탯츠)
기술 기업들의 채권 발행 비중은 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고 이른바 ‘실적 블랙아웃 기간’이 종료되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에 앞서 AT&T와 IBM은 1월 말 각각 65억달러와 3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월과 3월은 기술·미디어·통신 부문에서 가장 발행이 활발한 시기 중 하나였다.



연초부터 채권 발행 시장에서는 사상 최대 기록이 잇따르고 있다. 또 올 1월 한 달 동안 글로벌 채권 발행액은 약 9300억달러로, 종전 1월 최고 기록인 2024년의 842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1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84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수치로, 연초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또 올 1월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도 역대 같은 달 중 가장 활발했다. 특히 1월7일에는 유럽 채권 시장에서 하루 동안 약 61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이 발행돼 단일 하루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차입 급증은 투자등급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채 간 금리 격차)가 1998년 이후 가장 좁은 수준으로 축소된 시점과 맞물려 있다. 2022년 차입 비용 급등 이후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3년 연속 전년보다 더 낮아졌는데, 이는 1990년대 초 이후 처음 나타난 흐름이다. 투자자들의 회사채 매입 수요가 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금리는 하락) 국채 대비 가산금리가 크게 좁아졌다. 이에 기업들이 낮아진 차입 비용을 활용하기 위해 발행을 서두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채권 발행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글로벌 채권 발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투자자 수요가 신용 스프레드를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채권시장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이유로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회사채 매입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