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효성화학, 차입부담 여전…자산 매각 ‘땜질 처방’ 그치나
by이건엄 기자
2025.04.10 20:17:18
효성화학, 지난해 말 총 차입금 2조7109억
단기차입 비중 90% 넘어…일부 올해 상환
이자비용만 매출 10% 수준…수익 개선 제한적
유동성 우려 목소리 높아…현금성 자산 371억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효성화학(298000)이 62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을 상환하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부담은 전혀 줄지 않는 모양새다. 차입금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늘어난 이자비용에 수익성까지 둔화하며 지속가능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 비중이 90%를 돌파한 상황이라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사진=효성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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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을 합한 총 차입금은 2조7109억원으로 전년 말 2조4597억원 대비 10.2% 증가했다. 이에 따른 자산 대비 차입금 의존도는 78.9%에서 82.9%로 3.9%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적정 차입금의존도인 30%를 3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다.
문제는 만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석유화학업황 악화로 적자를 이어가며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효성화학 입장에서 단기차입금 비중 확대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효성화학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2조4415억원으로 전년 말 1조5866억원 대비 53.9% 급증했다.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90.1%로 같은 기간 64.5% 대비 25.6%p 상승했다.
즉 효성화학의 차입금을 1조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9001억원을 1년 이내에 갚아야한다는 뜻이다. 통상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적정 단기차입금 비중을 50% 미만으로 보고 있다. 해당 단기차입금은 만기가 1년 미만의 유동성 장기차입금이 포함된 수치다.
효성화학의 유동성은 지속된 업황 악화로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 효성화학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71억원, 유동비율은 34.8%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100% 이상이면 단기적인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효성화학이 지난 2월 베트남법인의 4억2300만 달러(한화 약 5179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상환하면서 단기차입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는 점이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곳의 금융기관이 한 기업이나 기관에 공동으로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석유화학업황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효성화학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차입금 탓에 이자비용만 매출의 10%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효성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2조8382억원으로 전년 2조6233억원 대비 8.2% 늘었지만 수익성 개선은 미미해 매출원가율이 100%를 넘는 실정이다. 효성화학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102.7%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자비용은 273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 늘었다.
이는 효성화학이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입금을 갚더라도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특수가스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9200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온산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사인 효성에 1500억원에 양도했다.
이와 관련 효성화학 관계자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비롯한 자산 매각을 통해 단기차입 위주로 상환하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현재 필름사업부 매각 작업도 계속 진행중인 만큼 현재의 재무건전성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