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빛좋은 개살구…균형발전 역행

by박진환 기자
2022.01.03 18:52:04

5명 이하 채용시 제외 등 각종 예외조항에 도입 취지 훼손
충청권 51개 공공기관 신규채용의 72.8%를 예외규정 적용
최근 3년간 전국 공공기관들 신규채용 ↓ 반면 예외규정 ↑
혁신도시들 "지역인재의무채용 예외조항 개선해달라" 촉구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도입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각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각종 예외규정을 이용해 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타 권역에 비해 뒤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된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은 공공기관의 전체 채용인원 중 70% 이상이 예외규정에 해당, 지역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2020년 10월 8일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전시청사에서 정부의 혁신도시 지정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대전시)
3일 국회, 국토교통부,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전국의 각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 특별법에 명기된 예외조항을 근거로 의무채용 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혁신도시 특별법에 명기된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 규정은 경력직과 연구직, 지역별 구분모집, 시험 결과 합격 하한선 미달 등 모두 5가지이다. 이 중 한 직렬을 5명 이하로 채용할 땐 지역인재 비율을 의무적으로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최악의 독소조항으로 지목받고 있다.

국회는 2019년 10월 혁신도시 특별법을 개정했다. 이 개정안에는 그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만 적용됐던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를 법 제정·시행 전에 이전한 공공기관 등으로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은 국가철도공단, 한국조폐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17곳이, 세종은 20곳, 충남은 3곳, 충북은 11곳 등 충청권의 51개 공공기관이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의무채용 비율은 기존 31개 공공기관은 2020년 24%에서 지난해 27%, 올해부터 30%를, 신규 20개 기관은 2019년 18%, 지난해 21%, 올해 24%, 내년 27%, 2024년부터 30%가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특정 지역의 인원을 더 뽑거나 덜 뽑을 수도 없다”면서 “현행 법·제도에 따라 채용 규정을 준수하다 보니 실제 의무채용 비율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이전한 51개 공공기관의 전체 신규 채용인원(전국 포함)은 모두 4404명이었고 지역인재로 선발한 인원은 34.1%인 1501명이었다. 이는 예외조항을 다 합쳐 선발한 지역인재 선발 인원이다. 5가지 예외조항을 제외하면 실제 선발 인원은 단 409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2020년 10월 8일 충남도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 혁신도시 지정안 의결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충남도)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전국 혁신도시 채용 실적을 보면 전체 신규 채용인원을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의무채용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비율은 증가했다. 전체 신규 채용인원은 2018년 1만 4338명, 2019년 1만 3536명, 2020년 1만 665명으로 줄었는데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비율은 각각 57.6%, 56.5%, 61.3%로 늘었다. 2019~2020년 지역별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실적을 보면 △부산 2019년 35.7%·2020년 33.9% △대구 28.7%·34.5% △경북 25.8%·27.6% △광주·전남 24.6%·27% △울산 27.2%·29.2% △강원 25.5%·26.4% △충북 27.4%·40.1% △전북 25.5%·28.3% △경남 22.5%·24.3% △제주 21.7%·32.1% △세종 46.2% 등으로 집계됐다. 2019년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의무채용 적용을 받는 대전과 충남은 각각 33.8%, 34.2% 등이다. 충청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 지역인재 의무채용의 일부 예외규정을 제외해달라고 건의했다”며 “앞으로 정치권과 타 시·도들과 연대해 이 문제의 해법을 찾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각 혁신도시에서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의 예외조항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올해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 광주-전남혁신도시 전경.(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