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독점' 두고 얼굴 붉힌 공수처-檢…허술한 공수처법 때문?

by남궁민관 기자
2021.03.17 16:49:43

공수처, 김학의 관련 이성윤 檢에 재이첩하며
''수사완료 후 기소 위해 공수처로 송치하라'' 공문
檢 "해괴망측" 반발에 김진욱 공수처법 근거 내놨지만
법조계 "법 자체 명확하지 못한 탓" 지적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두 달여 만 면밀하지 못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수처법)’으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공수처법상 견제장치 미비에 강한 우려가 나온 데 더해,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이첩’을 두고 검찰과 모호한 규정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갈등 구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사진=연합뉴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 12일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재이첩하는 과정에서 ‘기소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법 자체가 면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김 전 차관 의혹 수사팀장인 수원지검 형사3부 이정섭 부장검사가 이례적으로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김 처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확산됐다. 이 부장검사는 재이첩 결정 당시 공수처가 별도 공문을 보내 ‘수사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처장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순 이첩’이 아니라 향후 공소권 행사를 잠시 보류한 ‘유보부 이첩’”이라며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 ‘처장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는 재량 조항에 따라 일단 기소는 유보한 뒤 수사 권한만 재량에 따라 검찰에 맡겼다가 향후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수처와 검찰 간 이같은 충돌에 대해 법조계는 결국 면밀하지 못한 공수처법 입법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민·형사상 전속권한은 기관 간 권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법에 명문화돼 있다. 다만 현재 공수처법과 검찰청법 모두 판·검사에 대한 기소 권한을 모두 인정할 뿐 전속권한은 없다”며 “통상 이첩은 사건을 종국적으로 넘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김 처장의 말대로 재량에 따라 수사만 넘기고 이후 다시 돌려받아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으려면 이에 대한 디테일한 별개 조항이 있었어야 한다. 이는 재량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판·검사 수사·기소권과 관련 공수처법상 규정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공수처 견제장치가 법상 확보되지 않았다는 우려에 더해 세밀하게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국회 법사위 전체가 반성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일련의 논란으로 공수처와 검찰 간 대립구도 프레임이 씌워지는 데 대한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 교수는 “공수처는 논의 과정에서부터 잘못된 게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검찰과 더불어 권력형 비리범죄를 수사하고 척결하기 위한 기관”이라며 “이번 수사·기소권에 대해서도 대립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향후 공수처의 순기능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월 김 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면밀하지 못한 공수처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공수처법에 공수처장과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질의를 이었고, 이에 야당 의원들은 “공수처가 검찰의 정권 실세 사건을 이첩받아 뭉개면 어쩔 건가. 이 법을 누가 만들었나”라며 김 처장은 물론 여당 의원들을 몰아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