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건비, 기관 이전해도 '인건비'로 잘 쓰이도록 고민해야"
by최정희 기자
2024.10.30 17:13:58
과기부, 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
교수·학생, 인건비 개선안에 대체로 찬성하나 각론엔 이견
"기관 계정 이전 후 인건비 지급안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과기부 "교수가 학생테 인건비 많이 지급하면 기관 이전 필요 없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30일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개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의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 참석자들은 6000억원 가량 누적된 학생 인건비를 연구책임자인 교수가 최대한 학생에게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개선안에 대체로 찬성했다.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는 교수가 연구 과제를 수주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비해 학생에게 안정적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도록 인건비를 모아둘 수 있도록 특례를 준 제도다. 그런데 인건비가 과도하게 모여있어 이를 학생들에게 적극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개선안이 마련됐다.
개선안에 따르면 교수가 1년치 학생 인건비를 뺀 나머지 잔액의 20%를 대학, 단과대학, 과 단위의 기관 계정에 이전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교수 중에서 1년치 이상의 인건비를 쌓아둔 교수 35%, 8708명을 대상으로 인건비를 학생들에게 더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면 일정 비율을 기관 계정으로 이전해 기관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주도록 했다.
| 30일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의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이원용 연세대 연구부총장 사회로 9명의 토론자가 참석했다. (사진=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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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년치 인건비 지급액을 빼고 20%씩 환수를 당하게 되면 6개월치 인건비를 적립하는 교수는 최대 3~5년치, 1년치를 적립하게 되는 교수는 최대 6년치를 적립하게 된다”며 “1년치가 넘으면 환수당하기 때문에 대략 2~3년치를 적립하는 게 최대치가 될 것으로 보여 대체로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3년치 이상을 적립하는 교수들은 5733명으로 전체의 23.1%에 달한다. 64.9%의 교수(1만6095명)는 1년치 미만을 적립하고 있다.
기관 계정 이전 의무 대상자를 1년 이상 인건비를 적립하는 교수에서 적립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서 1년 이상 인건비를 적립하는 교수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세휴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은 “대학원생 등록금,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하면 대학원생 1명당 필요한 금액은 연간 2100만원이고 사무실 직원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면 2900만원은 필요하기 때문에 5000만원 정도 누적한 것은 큰 금액이 아니다”며 “이렇게 대상자를 축소하면 제도 대상자는 15%로 축소돼 제도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건비 적립액이 5000만원 미만인 연구자는 전체의 85.7%로 2만 1245명에 달한다. 교수 계정을 기관 계정으로 이전하려면 시스템 변경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예 기간을 1년 이상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1년치 인건비를 산정할 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종철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는 “포항공대에선 이미 연구자 수입의 10%를 학교에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인건비를 기준으로 하게 되면 지도 학생 수를 점차 늘려가는 과정에 있는 젊은 교수들은 기준금액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선 국가연구과제에서 지급하는 인건비만 기준으로 했는데 이를 교육부에서 브레인 코리아(BK)로 지급하는 인건비, 학교에서 조교한테 주는 인건비 등 다양한 인건비 재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관련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박시정 과기정통부 연구제도혁신과장은 “BK사업 등과 관련 인건비가 얼마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분산돼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데이터가 세팅된 후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간접비를 인건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에 대해선 “간접비 제도 개선방안과 함께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과기정통부가 이날 1년치 이상 누적된 인건비를 기관 계정으로 의무적으로 이체하도록 하는 가장 큰 목적은 교수가 지도학생들에게 더 많은 인건비를 지급해 최대한 기관 계정으로 이체할 돈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선 기관 계정을 어떻게 하면 잘 운영할 수 있을 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유재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은 “인건비가 기관 계정으로 이전된다고 해도 어차피 재원은 연구 과제를 수주받은 교수에게서 나오는데 과제의 연속성이 없으면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되지 않는다”며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기관들은 과기부가 다른 재원을 지원해줘야 한다. 그래야 기관 계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예측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의 최저 생계비도 대학원 등록금 등을 고려해 재산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서울대 연구처장은 기관 계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면 학생들에게 인건비를 실제 집행하는 대학 산학협력단(산단)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과기정통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처장은 “대학 산단에서 학생 인건비를 책임지고 운영하게끔 제도를 설계해줘야 한다”며 “학과, 학부에 맡기면 일관성이 떨어진다. 학교 차원에서 기관 계정에 쌓이는 돈을 운영하게끔 산단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청객으로 참석한 대학 산단측 관계자는 “학생 인건비는 교수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산단쪽에선 인건비 예산안을 알 수 없는데다 학생들의 학적 관리에 대한 정보도 없어 누가 우수학생인지 여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관 계정을 운영하기 위한 기초적인 정보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학생 토론자로 참석한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석박통합과정 학생은 “대중 천문학을 전공해 다른 전공과 달리 연구 과제를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기관 계정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연구 우수학생에게 인건비를 추가로 준다면 기업 등과 협약으로 지원을 받는 학생이 더 많이 갖게 되는 등 지원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어 균등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