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KAIST 연구진, '그래핀 산화물 메모리' 원리 규명

by오희나 기자
2015.11.19 17:09:41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구조 설계 및 연구에 기여할 것

정후영 UNIST 연구지원본부 교수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그래핀 메모리 소자’의 작동 원리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로 주목받는 그래핀 기반 ‘저항변화 메모리(RRAM)’ 연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울산과기원(UNIST)은 연구지원본부의 정후영 교수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이정용·최성율 교수팀이 ‘그래핀 산화물’을 이용한 메모리 소자가 작동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절연체인 그래핀 산화물에서 전기 저항이 낮아져 전류가 흐르는 까닭을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규명한 것이다.

메모리는 컴퓨터에 들어가는 전자장치로 작업 정보가 저장되는 곳이다. 전원을 꺼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를 ‘비휘발성 메모리’라 하는데, 실리콘(Si) 기반의 플래시 메모리가 가장 많이 쓰인다. 최근에는 더 작고 얇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특히 전기 저항이 크고 작음을 0과 1로 인식해 정보를 저장하는 ‘저항변화 메모리(RRAM)’는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로 주목받는다. 금속과 절연체를 쌓는 형태로 구조가 간단한데다 정보 처리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절연체로 ‘그래핀 산화물’을 활용하는 저항변화 메모리는 투명하고 유연한 특성 때문에 연구가 활발하다. 이 메모리는 금속 전극 사이에 수십 나노미터(㎚, 1㎚=10억 분의 1m) 두께의 그래핀 산화물 박막을 삽입해 만든다. 평소에는 전기 저항이 커서 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일정 전압 이상의 전기 자극을 주면 전류가 잘 흐른다.

이처럼 전기 저항이 큰 상태에서 작은 상태로 변화하는 특성이 메모리 소자에 활용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래핀 산화물에서 이런 저항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정후영 교수팀은 전기 저항이 다른 2개의 소자를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관찰해 그 원리를 밝혀냈다.

관찰 결과, 금속 전극으로 활용된 알루미늄과 그래핀 산화물 박막이 맞닿은 면에 새로운 산화물 층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산화물 층은 수 나노미터 수준인데, 외부 전압이 주어지면 내부에서 알루미늄 금속 결정이 만들어졌다.



최성율 교수는 “알루미늄 결정은 마치 피뢰침처럼 뾰족하게 생성돼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역할을 한다”며 “그래핀 산화물 기반 RRAM의 메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소자 구조의 효율적 설계나 집적도를 향상시키는 후속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후영 교수는 “그래핀 산화물 박막은 전자빔에 약한 탄소와 산소로 이뤄져 일반적인 투과전자현미경처럼 가속전압을 높여서는 관찰하기 힘들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 산화물 박막에 최적화된 단면 투과전자현미경 기법을 도입해 기존에 밝히지 못했던 메커니즘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UNIST에 구축된 저전압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 덕분에 가능한 연구였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그래핀 산화물 박막이 다양한 전자소자 분야로 응용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11월 18일자에 게재됐으며, 속표지 논문(Inside Front Cover)으로도 선정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IBS(기초과학연구원)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인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 연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속표지 커버로 제출한 이미지. 알루미늄(은색) 사이에 그래핀 산화물(검정색과 빨간색 입자가 놓인 모습)이 삽입된 저항변화 메모리의 모습이다. 반투명으로 보이는 파란색 층은 새롭게 만들어진 산화물 층이고, 이 안에서 알루미늄 금속 결정이 생성됐다. 알루미늄 금속 결정이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