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동물실험 중화항체 확인…속도내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by노희준 기자
2020.05.06 17:33:11

제넥신, 원숭이 실험서 DNA 백신 'GX-19' 중화항체 확인
옵티팜·휴벳바이오, 후보물질 미니돼지에서 중화항체확인
셀트리온, 중화항체 후보군 확보 뒤 세포주 개발 중
GC녹십자, 혈장치료제 본격 개발 위해 혈액 확보 나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얻은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동물실험에서 중화항체 형성을 확인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다. 해당 기업들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독성시험 등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넥신(095700)은 코로나19 예방용 DNA 백신 ‘GX-19’를 투여한 원숭이에서 중화항체 생성을 확인했다. 이는 체내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능력이 있는 항체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예방백신으로서의 개발이 한단계 진전된 셈이다.

DNA 백신은 독성을 약화한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재조합한 DNA를 인체에 주입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다.

제넥신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서를 5월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독성시험이 면제된다면 6월에 임상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에 사용한 플랫폼 기술이 임상 2상 중인 자궁경부암 DNA백신 ‘GX-188E’와 동일하기 때문에 독성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생명공학기업 옵티팜과 휴벳바이오도 공동 개발중인 백신 후보 물질이 마우스, 기니피그, 미니돼지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중화항체 능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동물에 백신 후보물질을 최초 접종한 후 2주 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중화항체가 128배 이상으로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2주 후 중화항체를 추가 측정하고 최적의 항원양 선정과 항원 디자인 등을 위해 동물 실험을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라며 “백신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작업을 거쳐 올해 안에 전임상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후 국내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회사와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셀트리온(068270) 역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항체 후보군 총 38개를 확보한 뒤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씨앗’(자궁) 역할을 하는 세포주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포주를 개발한 뒤 쥐나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동물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7월 중 임상 시험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항체의 면역력을 두고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한번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형성돼도 재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경우 중화항체로 개발하는 백신 등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형성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충분한 방어력(면역력)을 갖는지 단정할 수 없다”며 “백신은 바이러스를 갖고 만드는데 (백신 후보물질이) 제대로 된 중화항체를 못 만든다면 백신을 만들어도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제넥신 관계자는 “DNA 백신 GX-19의 중화항체 면역력 여부 등은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와 제약업계 협업 체계도 본격 가동됐다. GC녹십자(006280)는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공고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과제의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질본관리본부는 GC녹십자의 원활한 코로나19 완치자 혈액 확보를 위해 이르면 이번주 관련 지침을 마련해 지원에 나선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에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걸러내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의약품이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사람에게 생긴 항체를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