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악재 될까” 급등한 유조선 운임에 정유사 ‘촉각’
by경계영 기자
2020.03.18 17:47:16
증산에 아람코 자사 선박 활용에 운임↑
절반 가까이 당시 운임 따라 비용 결정돼
"장기화시 영향 있을 수도…상황 지켜보는 중"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큰 폭으로 내린 떨어진 원유값에 역설적이게도 원유를 실어나르는 유조선(탱커·Tanker) 운임이 오르고 있다. 원유를 휘발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고 얻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송비용마저 더 늘어날지 여부에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3일 기준 중동-중국 기준 탱커선 운임지수(WS)는 217.50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347% 급등한 수준이자 지난해 10월15일 218.96 이후 다섯 달 만의 최고치다. 중동-중국 기준 탱커 용선료(TCE) 역시 하루에 24만3347달러로 한 주 새 8배 뛰었다.
통상 국제유가와 함께 붙어다니던 탱커 운임이 뛴 배경엔 최근 유가를 크게 떨어뜨린 원인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의 증산이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의 감산 합의에 실패한 후 사우디는 원유 생산량을 늘려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유 판매가격도 인하했다. 러시아와 UAE까지 증산 행렬에 합류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탱커 수가 한정된 가운데 산유국의 증산으로 실어날라야 하는 화물인 원유가 많아지다보니 운임이 높아졌다”며 “사우디 국영 정유사인 아람코가 자회사인 바흐리의 선박을 자사 화물(원유) 싣는 데 투입하면서 단기간에 선복량이 줄어들어 운임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투기적 수요도 더해졌다. 육상 탱크 상당수가 빡빡하게 차있다보니 원유를 실은 선박을 바다에 띄워 유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국제유가가 폭락한 틈을 타 전략 비축유를 최대한 매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탱커 운임이 오르는 일은 정유사에 반갑지만은 않다. 정유사마다 그 비중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원유 수입 물량 과반 정도를 장기계약 맺은 선박을 통해 들여오긴 하지만 그때마다 저렴한 원유를 수입하려 탱커 스폿(spot) 운임에 근거해 비용이 정해지기도 해서다. 정유사로선 원유 도입비용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그렇잖아도 정유사는 올해 1분기, 2014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나빠지기 시작한 정제마진은 아직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3.7달러로 원유 도입 비용 등을 고려한 손익분기점인 4달러 안팎에 못미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 한국신용평가는 “2014~2016년 공급 요인에 의해 유가가 떨어진 데 비해 석유제품 수요가 안정적이었지만 현재 공급이 늘어난 데 비해 코로나19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까지 더해져 직전 저유가 시기 경험했던 정유업체의 이익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절반 이상을 선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해 원유를 들여오지만 나머진 당시 운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탱커 운임이 오르는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운임 추이가 계획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한다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보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