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당청일체’ 외치지만, 갈등요인 쌓여 가

by선상원 기자
2017.06.15 16:41:17

의원들 장관 발탁에도 당 지도부와 소통에는 한계
당직자 청와대 파견·대통령과 정례회동 등 불협화음
추미애 대표 비서실장 청와대 차출… 추 대표 체면 구겨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청와대와 당이 고위당정회의를 여는 등 당청간 협력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당청간에 파열음을 낼 수 있는 갈등요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데 이어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을 지낸 유영민 당 디지털소통위원장과 김영록 전 의원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경기교육감을 역임하고 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을 지냈던 김상곤 공동선대위원장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지금까지 지명된 장관 후보자 15명 중 7명이 당 출신들이다. 추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명의 현역 의원 후보자를 비롯해서, 당의 유능한 분들이 국정운영에 직접 참여한다면 당청간 협력관계는 더욱 공고해 지고, 명실상부한 ‘민주당 정부’로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철학에 따라 각종 개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관 후보자로 의원들을 비롯해 당의 인적자원을 배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선 일성으로 천명했던 ‘민주당 정부’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당지도부간 관계로 좁혀보면 민주당 정부는 아직 멀어 보인다.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는 추 대표는 정권창출의 1등 공신이지만, 청와대의 견제 속에 홀대를 받고 있다.



지난달 9일 대선승리 후 추 대표는 당청일체를 통한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헌에 당의 인사추천 권한과 추천위 구성을 명시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의 인사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친문계의 반대로 인해 추천 권한만 넣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당직자의 청와대 파견을 놓고도 불협화음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춘석 사무총장이 청와대와 협의한 끝에, 매년 당직자 10명을 파견하는 것으로 봉합했으나 뒷말이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당지도부와 만남을 갖은 것도 당선 후 한 달이 돼서야 이뤄졌다. 인수위원회가 없고 조각 작업에 정신이 없었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지난 9일 추 대표를 만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날 만찬 회동을 전후해 대통령과 추 대표가 따로 만났다는 얘기도 없다. 이날 추 대표가 “당헌에 (대통령과 당의) 회동 정례화가 (규정) 돼 있다”며 정례적인 회동을 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은 “당장 여러 난제를 풀어야하고 여야 협치관계가 있기 때문에 (만남을) 정례화하는 건 이른 감이 없지 않다”고 완곡하게 고사했다.

추 대표가 지난달 15일 임명한 문미옥 대표 비서실장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검토하는 것도 불쾌해할 수 있는 일이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인 문 실장은 청와대서 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 비례대표 순번에 따라 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영입한 이수혁 전 독일대사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대표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 당청간에 긴밀한 소통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추 대표 입장에서는 한 달 만에 비서실장을 다시 임명해야 해 체면을 구겼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사람인 이수혁 전 대사를 위한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6월 임시국회에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 및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등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일선에서 야당과 협치를 하며 처리할 책임은 여당인 민주당에 있다. 지금이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 밖에 안 돼, 당청간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고 있으나, 야권이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잠복했던 당청간 갈등요인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