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병실 박찬 트럼프, '강한남자' 전략으로 막판 뒤집기 노린다
by이준기 기자
2020.10.06 21:44:46
"바이러스 두려워 말라" "20년 전보다 건강 더 좋아져"
백악관 돌아오자마자…마스크 벗고 거수경례 하기도
TV토론서 '강한 트럼프 對 나약한 바이든' 주력할 듯
백악관 '핫스팟'…만약 다시 입원 땐 전략 차질 불가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던 월터 리드 군병원 건물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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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준기 기자] 코로나19 투병 중인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의료진과 참모들의 만류에도 병원을 나와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입원 사흘 만이다. 11월3일 미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승패를 가를 경합주(州)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 열세를 보인 데 따른 조바심의 발로로 풀이된다. 다만, 오프라인 유세 등 완연한 선거전으로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극적인 반전을 도모하기 위한 반격 카드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의료진의 설명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며, 특히 그 치료법은 ‘미지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에 있는 데다, 백악관이 최근 코로나19 ‘핫스팟’으로 부상하고 있어 이에 따른 우려와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은 본인 의지에 따른 것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그는 전날(4일) 의료진에게 퇴원을 요구했고, 의료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차선책으로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졌다고 한다.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치의 숀 콘리 등 의료진은 이날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진행한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와 관련해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다”면서도 “완전하게 위험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며 이번 주말을 트럼프 대통령 건강 회복의 열쇠로 꼽았다.
참모들의 견해도 의료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몸 상태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생활을 지겨워할뿐더러 나약하게 보이는 데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 전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마라” “이게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지 마라” “20년 전보다 건강이 더 좋아졌다” “면역력이 생겼을 수도 있다” 등의 자신감 넘치는 표현의 언급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날 오후 6시40분께 짙은 색 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입원해 있는 군 병원 밖으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약 15분 뒤 백악관에 도착해 2층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고 준엄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하는 등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
일단 백악관에 재입성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열세인 지지율 극복을 위한 채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주별 유권자 1000명 또는 1005명, 주별 오차범위 ±4%포인트 또는 5%포인트)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44% 대 50%)·펜실베이니아(45% 대 50%)·플로리다(47% 동률)·애리조나(46% 대 47%)·미시간(44% 대 49%)·노스캐롤라이나(47% 동률) 등 6개 경합주 대부분에서 바이든 후보에 열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을 보여준다”고 일축하면서도, “조만간 선거전에 돌아올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불태운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오는 15일 전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고 2차 TV 토론에 참여해 반전을 도모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자신을 ‘코로나까지 이겨낸 강인한 지도자’로 치켜세우고, 바이든 후보를 ‘나약한 인물’로 몰아가는 식으로 이번 코로나 감염 사태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세라면서도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위해서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썼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는 백악관마저 코로나19의 새로운 핫스팟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코니 배럿 대법관 후보 지명식이 최대 ‘감염 경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호프 힉스 보좌관에 이어 ‘트럼프의 입’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은 물론 채드 길마틴, 캐롤라인 레빗 등 대변인실 직원 2명도 감염되는 등 백악관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며칠간 10여명의 백악관 관리들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서관)이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고 썼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로즈가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추적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행(行)이 되레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74세의 고령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데다 평소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질병 초기 단계라는 것”이라며 “코로나 환자들을 보면 확진 후 5~8일 사이에 반전(reversal)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강인함’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 케일리 매커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15일(이하 현지시간) 필라델피아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하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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