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만에 최악 성장률…美·中·日 외풍에 흔들리는 韓

by김정현 기자
2019.07.18 20:08:23

한국은행, 2009년 이후 최저 ‘2.2% 성장률’ 전망
미·중 무역전쟁 엎친데 일본 수출규제까지 덮쳐
“2% 성장도 어렵다” 전망도…1%대 성장 그치나

자료=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2.2%. 올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미·중 무역협상이 제자리를 걷고 있는 중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친 탓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8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전년 대비)를 기존 2.5%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지난 4월만 해도 올해 2.9% 성장할 것이라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년 3개월 만에 2% 초반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우리 경제는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한은은 매년 1·4·7·10월 3개월마다 성장률 수정치를 내놓는데, 일시에 성장 전망치를 이 정도 낮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 기록이 2015년 7월(3.1%→2.8%)이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내수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끌어내린 것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직격탄을 맞은 상태에서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친 탓이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은은 올해 상품수출이 상·하반기 각각 1.4%, 3.9% 증가해 연간으로 2.7% 성장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 들어 회복하고, 선박 수출도 증가 전환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단가는 하락하더라도 물량이 늘어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키는데 한 몫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3개월 동안 상황이 급변했다. 한은 올해 상·하반기 상품수출 전망은 각각 1.4%에서 마이너스(-)0.8%, 3.9%에서 2.0%로 낮춰잡았다. 연간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도 2.7%에서 0.6%로 쪼그라들었다.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경기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가 주저앉은 것도 같은 이유다. 3개월 만에 0.4% 증가에서 5.5% 감소로 대폭 하향조정됐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여서다. 관련 설비투자 여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상품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의 경우 반도체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여 상당 폭 낮춰 잡았다”며 “반도체 경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정도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한은은 일본발(發) 악재가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은이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하긴 했지만,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에 따라 반도체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정부나 국제기구에 비해서 낮지만 해외 연구기관이나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전망치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4%~2.5% 수준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2.6%, 2.4%로 예상했다.

반면 무디스(2.1%), 노무라(1.8%), 모건스탠리(1.8%), 한국경제연구원(2.2%) 등에 비해서는 높다. 민간 연구기관 가운데 한은보다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LG경제연구원(2.3%), 현대경제연구원(2.5%) 두 곳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