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지지한 쿠바에 뿔난 트럼프…쿠바선수 MLB 진출 차단

by김은비 기자
2019.04.09 17:58:24

트럼프 정부 MLB-쿠바야구연맹 협약 무효화
쿠바 야구선수들 메이저리그 진출 ''불법화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은비 인턴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쿠바 야구선수들의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제동을 걸었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메이저리그와 쿠바 야구연맹이 지난해 12월 맺은 협약을 무효화 했다. 이 협약은 MLB 팀이 쿠바 출신 선수와 정식 계약을 하는 경우, 연봉과 별도로 지급하는 사이닝보너스(Singing bonus)에 대해선 25%를 쿠바야구연맹에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쿠바야구연맹이 쿠바 정부 소속이어서 현행 법률 상 불법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다. 미국은 공산주의 정권인 쿠바 정부와의 거래를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애초 이 협약은 쿠바 선수들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MLB 팀과 계약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협약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양국 간 경제 교류가 아예 불가능했다. 쿠바 출신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쿠바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망명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쿠바 선수들이 범죄 조직에 거액의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등 인권문제도 심각했다.

쿠바야구연맹은 최근 MLB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선수 3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협약을 무효화시킨 탓에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쿠바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퇴진 압박을 가해왔다. 쿠바 야구선수에 대한 제재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폭정 3인방(Troika of tyranny)’으로 규정하고 무역 금수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5일 “몇 주 내로 미국은 쿠바에 대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제재를 예고했다.

한편 이번 협약 무효화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쿠바와의 국교 수립은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적 외교 치적 중 하나다. 오바마 정부는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한편, 쿠바 선수들이 합법적으로 MLB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쿠바야구연맹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로 선수들과 그 가족들의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