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주워 경찰서 갖다줬더니"...점유이탈 횡령으로 고소
by홍수현 기자
2025.12.03 15:21:35
글쓴이, 폰 줍자마자 상태 기록
주인 찾는 글, 경찰서 방문까지 증거 남겨
한 달 후, 갑자기 "점유이탈 횡령죄" 고소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차도에 굴러다니는 심하게 훼손된 휴대전화를 주워 지구대에 인계했으나 되레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고소 당한 사연이 알려졌다.
| | 행인이 주은 휴대전화를 경찰에 인계한 뒤 오히려 절도범으로 몰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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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확산했다.
글쓴이 A씨는 “좋은 일 한번 해보려다 경찰 조사까지 가게 생겼다”고 자신이 주운 휴대전화로 인해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연에 대해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한 달여 전 퇴근 하던 중 경기도 광주시 회덕동의 한 24시 마트 앞 차도에서 액정이 심하게 파손된 휴대전화 한 대를 발견했다.
휴대전화가 차도에서 발견된만큼 여러 차량에 치이거나 밟힌 듯 보였고 안에는 카드와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습득 직후 오해를 방지하기위해 휴대전화 상태를 바로 사진으로 남겼다”며 “불법 영득 의사가 없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려고 당근에도 주인을 찾는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가 당근에 올린 글에는 “분실 핸드폰 주인을 찾고 있다. 도로에서 발견돼 차에 많이 밟혀 액정 파손이 심한 상태다. (주인 연락 없을 시)내일 퇴근길에 송정파출소에 맡길 예정이다. 기종은 모른다” 등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자택과 지구대 간 3~4km 정도 거리가 있어 당일 바로 맡기진 못했고 당근에 적은대로 다음날 퇴근길에 지구대를 찾아갔다. 그러나 A씨가 알던 지구대는 이틀 전 이전을 한 상태였다. A씨는 “짜증이 확 났지만 버리기도 찝찝해서, 결국 다음날 또 퇴근길에 들러 억지로 인계했다”고 했다.
| | A 씨가 경찰로 부터 받은 소환 통보 문자. 경찰의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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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황이 마무리 된 줄 알았는데 약 40여 일 후 A씨는 경찰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광주경찰서 강력4팀 소속 형사로부터 ‘점유이탈물 횡령 사건 고소가 접수됐다’며 출석을 요구하는 문자였다.
A씨는 “처음엔 장난 문자인 줄 알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설명까지 해가며 좋게 처리해 줬는데, 뒤늦게 나를 고소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A 씨는 “기록을 다 남겨놔서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며 “상대방 신상도 모르니 방어 차원에서 무고로 맞고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대전화가 부서진 걸 빌미로 합의금을 노리는 것 아닌가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타인 소유의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를 말한다. 유실물·표류물·매장물이 대표적인 예이다. 예를 들어, 타인이 잃어버린 돈을 주워서 임의로 처분했다면 동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A씨 경우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법조계 측 의견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분실물을 자신의 것으로 취득하려는 명확한 취득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가 습득 직후 상태 촬영을 시작으로 주인을 찾는다는 의사를 분명이 밝힌 게시글을 올렸고 언제까지 이를 파출소에 반환하겠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는 “기록이 명확하다면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고 오히려 신고자의 악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 역시 사실관계가 뚜렷한 사안은 기초조사만으로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며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소환을 먼저 통보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A씨는 경찰과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이후 진행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선의로 한 행동’이 예상치 못한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분실물은 되도록 즉시 경찰서나 지구대에 인계하거나, 112에 신고 후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