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더 높여야"…전문가·시민 한목소리
by하상렬 기자
2020.11.02 21:06:41
대법원, 다음달 양형기준안 최종 의결 앞두고 공청회 개최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디지털 성범죄를 더욱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양형 기준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일 오후 2시 양형위가 제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제15차 공청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 및 일반 시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공청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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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위는 지난달 15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상습범에 최대 29년 3월의 형량을 권고하는 등 이전보다 처벌 수위를 강화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확정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국외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과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 문제에 따라 법정형이 가지각색이라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양형 기준은 원칙적으로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사항에 그치지만, 법관이 양형 기준에 벗어나는 판결을 할 경우 그 이유를 판결문에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기 위한 양형 기준을 더욱 상향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양형 기준안에 대해 이윤정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리 목적 제작 등 유형에 따라 범죄 형량의 상한을 더욱 늘려야 한다”면서 “디지털 성범죄 행위에 따른 더 세부적인 유형 분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 하한 형량 기준이 2년 6월로 13세 이상 청소년 성폭행 범죄(3년)보다 낮은 점을 지적하면서 하한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의 배포 행위에 대한 형량 범위가 낮게 설정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촬영물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형량 감경 사유가 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가슴이나 치마 속 등 신체 부위만 촬영된 사진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특별양형인자인 ‘피해확산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관한 카메라 이용·촬영 범죄와 허위영상물 배포 등 범죄의 정의 규정이 다르므로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일반 방척객도 양형위의 기준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방청객 김모 씨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와 기존 법상 범죄 형량과의 충돌을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범죄와 기존 법상 범죄 형량이 충돌해 실제 죄질과 피해에 비해 약한 형벌이 책정되는 걸 양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형위원회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관계기관 의견조회, 행정예고 등을 통해 제시되는 의견 등을 반영해 전문위원 회의를 거쳐 다음달 7일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