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혁신으로 위기돌파.. 기존 산업과 이해관계 충돌 해결 관건

by김형욱 기자
2018.07.18 19:00:00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저소득층 지원대책]
규제 샌드박스 5법 연내 입법.. 창업 추경 700억 집행
정부 의지에도 업계 ''갸우뚱''.. "기존 업계 반발 해결해야"
카풀업체·심야버스·무인 톨게이트 혁신산업 ''암초''
"일자리 우선순위인 한 규제 ...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올 5월 혁신성장 드론분야 현장방문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기재부)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올 하반기 혁신성장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다. 고용시장 악화와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악재를 혁신산업을 키워 극복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제정책 방향이 일자리·저소득층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어 혁신성장에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정부는 1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8월까지 시장·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핵심 규제를 선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연내 규제혁신안을 내놓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해관계 대립으로 지금껏 사회적 논의조차 어려웠던 장기 미해결 규제 혁신을 위해 범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처별 혁신성장 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규제샌드박스 5법을 비롯한 관련 입법도 연내에 마치기로 했다. 창업 관련 추경 예산 7000억원 집행도 서둘러 신설 법인 12만개 목표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 밖에도 8월까지 민관 합동으로 가칭 메가 투자프로젝트를 선정해 집중 투자키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중심의 지역혁신체계 구축 작업에도 나선다.

기재부는 지난달 28일 혁신성장본부를 설립하고 전국 산업단지를 찾아 애로사항을 듣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기재부는 “올 들어 혁신모험펀드 인프라 조성으로 창업지원 기반을 강화했고 혁신성장을 위한 8대 핵심 선도사업을 선정해 지원했으나 체감할 만한 성과는 부족했다”며 “패러다임 전환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다 기업 활력 약화와 이해 대립이 맞물렸다”고 자체 진단했다.

(표=기획재정부)
문제는 우선순위다. 정부는 하반기 규제 해소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면서도 그 전제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꼽았다. 업계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산업 상당수가 기존 산업의 일자리 문제와 충돌한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유경제 관련 한 스타트업(벤처기업) 관계자는 “혁신산업 대부분은 일자리에 위협을 느낀 기존 산업 종사자의 반발에 부딪히는 숙명을 안고 있다”며 “정부가 일자리를 우선순위로 두는 한 규제를 푼다는 건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친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6년 카풀 서비스를 선보인 스타트업 ‘풀러스’는 네이버·SK 등으로부터 220억원을 투자를 유치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으나 택시업계의 반대와 그에 따른 정부의 규제 탓에 최근 대표가 사임하고 구조조정해야 했다.

2015년 심야 콜버스 서비스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던 콜버스랩 역시 택시업계 반발로 결국 지난해 4월 전세버스 중개 플랫폼으로 주력 사업을 바꿨다. 전 세계 시장에서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차량호출업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싹도 틔우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혁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건 대부분 기존 산업 종사자의 반대다. 국토교통부도 올 초 톨게이트에서 주행 속도를 줄이지 않고 결제하는 ‘스마트 톨링(무정차 요금결제)’ 시스템을 2020년부터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결국 백지화했다. 톨게이트 근무자의 일자리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외식·유통업계도 최근 최저임금 인상 폭 확대와 맞물려 무인계산대를 점차 늘리고 있다. 이 역시 혁신적인 변화이지만 일자리를 고려하는 정부로선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미래차 등 8대 선도사업에 대한 인프라, 공공수요 확대 지원 등 다른 대책 역시 기존에 발표했던 내용을 묶어놓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김대중 정부 때처럼 벤처기업 붐이 일어나려면 정부가 반발과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더 공격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은 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업이 성장하면 제한한다”며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기도 전에 국내 규제에서 벗어나는 문제에 부딪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선 허용 후 보완’ 형태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제도나 방향의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