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영 기자
2022.08.09 19:21:04
9일 오후6시 기준 사망 8명·실종 7명
전날 물폭탄 맞은 강남 등 복구 들어갔지만 또 통제
전날 이은 출퇴근대란...대통령도 오전 ‘재택’
큰 비 예고된 곳곳 주민들 ‘긴장’
[이데일리 김미영 김경은 권효중 조민정 기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내린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일대를 초토화한 이번 ‘물 폭탄’이 오는 11일까지 중부지방에 계속될 것이란 예보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하철역사에 물이 차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의 피해로 전날 퇴근대란을 겪은 시민들은 9일 저녁 서둘러 집으로 향했지만 퇴근길 혼란은 여전했다.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계속되는 물벼락에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철저한 대응과 신속한 복구를 지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100~300mm 비가 내렸는데, 서울은 이날 하루 강수량이 380mm를 넘기며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11일에도 수도권에 최대 3500mm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행정안전부는 9일 오전 1시를 기해 중앙재난대책본부 대응 수위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 풍수해 위기 경보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중대본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사망자 8명, 실종자 7명, 부상자 9명 등으로 집계했다.
전날 오후 9시께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여성 A(47)씨와 그의 언니이자 발달장애가 있던 B(48)씨 그리고 A씨의 딸(13)이 침수된 주택에 고립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동작구에선 전날 오후 7시 무렵 쏟아진 비에 쓰러진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구청 직원이 감전돼 사망했고, 침수된 주택에서 주민 1명이 숨졌다. 서울에선 서초구 지하상가 통로, 맨홀 하수구 등에서 4명이 실종 상태다. 경기 광주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강원 횡성에서 1명이 산사태로 매몰됐다.
재산 피해는 정확한 집계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강원 등에서 주택과 상가 741채가 침수돼 서울에서만 이재민이 800명 넘게 발생했다. 침수피해를 입은 차량은 1000여대에 달한다.
전날 ‘물난리’ 직격탄을 맞은 서울에선 빗속에서 피해 복구작업이 이뤄졌다. 9일 오후엔 역사에 빗물이 들어찬 서울 지하철2호선의 삼성역, 강남역 등을 포함해 1~8호선, 동작역을 제외한 9호선이 정상운행됐고, 올림픽대로와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 통행도 재개됐다. 그러나 퇴근시간대 무렵 폭우가 덮치면서 동부간선도로 등이 다시 전면 통제됐다.
도로통제와 지하철 운행 파행에 직장인들은 전날 퇴근길에 이어 이날에도 출·퇴근 대란을 피할 수 없었다.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임모(33)씨는 “평소대로 9호선 타러 갔다가 노량진까진 운행을 안한다고 해서 돌아돌아 출근했다”며 “9호선 타는 직장 동료들이 모두 지각했다”고 했다. 강남대로 근처 게임 회사에 다니는 이모(37)씨는 “어젯밤 9시쯤 퇴근을 하려고 하니 회사 1층 앞이 모두 물에 잠겨 할 수없이 사무실에서 잤다”고 토로했다.
서둘러 퇴근길에 나선 이들이 몰리면서 이날 퇴근시간대에도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안산 주민 김모(38)씨는 “보통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어젠 3시간 가까이 걸려 진이 다 빠졌다”며 “오후 6시가 되자마자 지하철역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만원이더라”고 토로했다.
이날 저녁 ‘야행성’ 폭우를 맞은 경기북부, 오는 11일까지 350㎜ 이상 비가 예고된 경기남부 등 수도권 주민들은 긴장이 역력했다. 고양 일산 한 주민은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를 지상의 유료 주차장으로 이동시켰다”고 말했고, 용인시 역북동의 주민은 “아이들에 일단은 학원도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며 “벼락도 많이 치니 무섭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상황 종료 시까지 총력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