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해외출장 제한 강화’ 요구 뭉개더니…

by김미영 기자
2018.04.18 17:07:43

‘전·현 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 靑 국민청원 18일 오전 20만 돌파
2010년 국회 자문위 “여비지원 국외활동 내역 신고 및 공개” 제언
2016년 “의원외교활동 백서 발간 및 평가” 추진도 성과 없어
전수조사 반대하는 한국당… 정세균 의장 결정 주목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정치권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태로 전·현직 국회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 요구에 직면한 건 그간의 제도개선 요구를 ‘뭉개기’해온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의 결단이 주목된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된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결과보고서에서 ‘의원 국외활동에 대한 제한’ 강화를 제언했다.

자문위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활동의 목적, 세부적인 활동내역, 경비지출 등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한 정보공개 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그 투명성과 책임성 등에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고 꼬짚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활동은 사전에 윤리특위에 신고하고 윤리특위는 이를 지체없이 공개할 것 △국고 외 다른 기관·단체 등에서 여비 지원하는 직무상 국외활동은 사전에 윤리특위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사후에 여비내역 등을 신고하며 윤리특위는 이를 지체없이 공개할 것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원들 스스로의 발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 달가울리 없는 까닭에 국회 논의는 탄력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행 국회의원의 윤리실첨 규범 중 국외활동 규정은 여전히 ‘직무상 국외활동 하는 경우 성실히 보고 또는 신고해야 한다’로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정세균 의장이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의원들의 해외출장 관련해서 의원외교활동 백서 발간과 의원외교활동 평가 기구 설치 등의 개선안을 운영위원회에 냈지만 처리가 안됐다”고 했다.

자정 노력이 느슨했던 사이 김 전 원장의 ‘피감기관 비용의 외유성 해외출장’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있음’ 판단을 내리면서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 됐다. 전·현직 국회의원 해외출장을 살펴 정자법 위반 여부를 전수조사해달라는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은 18일 오전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돌파했다.

국회도 이번만은 성난 민심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의장 측은 “일단은 실무적으로 상임위별 피감기관이 비용을 댄 해외출장 자료들을 찾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여야 원내대표들과 상의해서 전수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의 해외출장 부분은 청와대가 헌정을 유린하는 국회 사찰을 이미 했다”면서 정 의장의 전수조사 가능성에 “의장 뜻이라기보다는 청와대의 국회 사찰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갖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