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前방첩사령관 "계엄 항명 안한 것 후회…재판 증인신문 포기"

by김관용 기자
2025.07.08 16:38:07

군사법원 재판서 "더이상 사실 둘러싼 증인신문 무의미"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크게 후회하고 있다"
"방첩사 부대원들 잘못 없다. 모두 내 책임" 선처 호소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항명’하지 않을 것을 후회한다면서 향후 재판에서의 증인신문을 포기했다.

여 전 사령관은 8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 날 군복을 벗겠다는 결단으로 지휘체계를 벗어나야 했다. 깊이 후회한다”면서 향후 재판에서 세부적인 사실관계를 다투기 위한 증인신문은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선포 날 정치인 등 주요 인물의 체포를 지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 투입 사실을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3일 군검찰은 여 전 사령관을 위증죄 혐의로 추가 기소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군사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공판에서 “최초 검찰 조사를 받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민에게 불안을 끼치고 방첩사 요원에게 계엄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킨 책임 당사자로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힌다는 마음으로 임해왔다”면서 “수차례 말씀드렸듯이 저의 직속상관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평시 계엄이 불가능함을 직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단호히 군복을 벗겠다는 결단으로 그 지휘체계에서 벗어날 것”이라면서 “지금에 와서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엔 계엄 선포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업 군인으로서 무턱대고 판단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 역시 지금은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여 전 사령관은 기존 구속기간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위증죄로 추가 기소되고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을 언급하며 “저는 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앞으로의 재판에서 추가적인 증인신문을 포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재판부께서 계엄에 사전 동조하거나 준비한 바가 없다는 저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방첩사는 계엄 선포를 사전에 전혀 몰랐고, 부대원들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의 명령을 전달한 제 지시에 따라 국회와 선관위 출동 후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복귀했다”면서 “국군통수권자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수많은 군인의 수십 년 충성과 헌신이 물거품이 된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랐으되 신중하고 현명하게 행동한 당시 제 부하들, 방첩사 요원들의 선처를 다시 한번 호소하면서 사령관인 저에게 책임이 있다면 모두 물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