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株 쉬고 소외주 회복세…본격화하는 `키 맞추기 장세`

by유재희 기자
2017.02.27 15:49:05

최근 IT주 조정·소외주 반등세
외국인·기관, 업종별 차익실현·저가매수 움직임
"단기 과열 해소 국면…절대주가 싼 업종이 유리"

기간: 2월1~27일
자료: 마켓포인트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대형 정보기술(IT)주 주가가 최근 뒷걸음질 치고 있다.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리던 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반면 오랜기간 소외돼 왔던 제약, 화장품, 유통 등 내수주들이 반등에 나서면서 주도주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키 맞추기 관점에서 순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상황을 볼 때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기전자업종 약세, 내수주 강세를 들 수 있다. 실제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지난 23일 이후 사흘 연속 하락하며 190만원마저 위협받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 주가 조정은 더 빠르고 깊다. 지난 8일 5만4600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8일 이후 하락률만 15%가 넘는다. LG전자(066570), LG디스플레이(034220) 삼성전기(009150) 등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녹십자(006280) 등 주요 제약주들은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바닥다지기에 들어갔고 한국콜마(161890) 코스맥스(19282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화장품 관련주와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GS홈쇼핑(028150), CJ오쇼핑(035760) 등 유통주도 이달들어 뚜렷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달 초부터 국내 수급 동향을 통해 예측 가능했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전기전자업종을 7100억원 넘게 순매도했고 기관도 투신권을 중심으로 29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반면 제약업종에 대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00억원 가까이 사들였고 유통주도 각각 4200억원, 23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IT주에 대한 차익실현과 소외 업종에 대한 저가 매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교체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IT주의 조정, 소외주의 강세가 진행되는 업종별 키 맞추기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변동성 요인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절대주가가 싼 업종·종목이 유리하다는 것.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지수 레벨이 높아진 박스권 장세라는 점에서 장기간 하락한 업종으로 빠른 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절대주가가 싼 업종·종목이 유리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랠리 이후 글로벌 증시는 단기 과열 해소 국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트럼프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상승한 데 따른 되돌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종목 전략에 있어서도 그동안 상승 폭이 적었던 소외주와 주가 갭 메우기 명분이 높은 종목들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키 맞추기 차원뿐 아니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고려할 때 내수주가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원화 강세 요인이 혼재돼 있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따라서 환율 변동 영향을 적게 받는 내수주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측면에서도 내수주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미국 증시에서 생활소비재, 헬스케어, 제약·바이오, 음식료 등 내수업종은 시장수익률을 웃돌고 있지만 지난해 주도 업종이었던 은행, 반도체, 에너지업종 등은 시장수익률을 밑돌고 있다”며 “한국 주도 업종도 미국과 후행적으로 동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낙폭이 과대했던 제약, 헬스케어, 섬유, 의복, 음식료 등 내수업종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