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회원 상해 60대男 입건…"단순 주취폭행"

by유현욱 기자
2016.09.12 21:04:15

어버이연합, 적색테러 가능성 제기…철저한 수사 촉구
警 "술 취해 우발적 폭행…사드배치 몰라"

서울 마포경찰서 전경 (사진=유현욱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서울 마포경찰서는 보수 시민단체 어버이연합 회원 배모(69)씨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강모(6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 50분쯤 서울 마포구 이화여대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서 술에 취한 채 배씨를 수차례 때려 왼쪽 손가락 뼈를 골절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배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배씨는 사건 당일 낮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과 말다툼을 벌인 사실을 떠올리고 그 사람이 앙심을 품고 뒤따라와 때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해왔다.

어버이연합은 이에 지난 5일 오후 마포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이 자신들에 대한 ‘적색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경찰이 당시 버스정류장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강씨를 가해자로 특정해 소환조사한 결과는 달랐다.

사건 당시 강씨는 만취한 상태인 데다 배씨의 주장과 달리 먼저 버스정류장에 내려 다른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버이연합과 사드에 대해선 모른다. 개인적 원한으로 폭행한 건 아니다.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진술했다. 인천에서 사는 강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어버이연합 및 사드배치 등과 무관한 단순 주취폭력 사건으로 보인다”며 “CCTV 영상과 배씨의 진단서 등 증거를 토대로 상해 혐의는 인정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강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