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구글은 공짜, 네이버 700억, 카카오 300억.. 망대가 역차별 해소법은?

by김현아 기자
2019.09.09 19:06:27

중소 CP는 낮춰야..통신사 망 정보 알면 합리적 계약에 도움
글로벌 CP에 망대가 받자..트래픽 기반 접속료로 지불 근거 마련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통신사(ISP)와 망대가 협상 과정에서 맘대로 접속경로를 바꿔 이용자 피해를 유발한’ 페이스북(CP)에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한 방통위 행위가 적법한지 다시 한번 법원 판단을 구한 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망 대가를 얼마 주라’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 이용자의 접속 지연 사태라는 ‘발생한 이용자 피해에 대한 행정처분이 정당한가’이지만,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꾼 이유에는 망 대가를 적게 내려는 속내가 있었던 만큼 통신(ISP)과 콘텐츠(CP) 진영간 망대가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페이스북 등은 2016년 시행된 인터넷망상호접속제도로 인해 망 대가가 늘어 어쩔수 없이 접속경로를 바꿨다는 주장을, 통신사들은 전체적으로는 망대가는 늘지 않았고 접속경로 변경 권한까지 갖게 된 큰 CP들의 서비스 품질 유지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 반박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양측 주장과 별개로 분명한 것은 국·내외 CP들이 국내 통신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공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망 사용료는 △통신3사 내부망에 캐시서버를 운영하는 구글은 거의 공짜 △KT와 트랜짓(Transit·타망으로 전송할 의무가 부여된 계약)을 맺은 페이스북은 100억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네이버는 700억원 △카카오는 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 정도다.

지난해 모바일 트래픽 기준으로 해외 사업자가 61%, 국내 사업자가 39% 정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대용량 트래픽을 일으키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통신사에 내는 망 사용료가 국내 기업들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이는 구글은 통신3사 심장부에 서버를 둬서 별도의 망대가를 거의 안 내고,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도 힘의 우위를 내세워 국내 통신사와 망대가 협상에 제대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간 형평성 시비를 낳고 있는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대한민국 통신망의 증설비용 부담을 늘릴뿐 아니라, 8K로 진화하는 초고화질 경쟁 속에서 아프리카TV가 유튜브와 경쟁하는데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인터넷상호접속 제도를 유지한 채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프랑스 통신규제당국(ARCEP)처럼 CP의 망 비용 관련 데이터를 비식별화해서 공개하고 CP가 중형 ISP(세종텔레콤·드림라인 등, 티어2)에 붙어도 트래픽 소통이 잘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자고 했다.



법무법인 세종 이상우 전문위원은 “현재의 문제는 망대가가 중소 CP는 높고 구글은 거의 공짜라는 점”이라며 “이를 개선하려면 CP들이 ISP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관련 정보 공개 범위를 넓히고, 큰 통신사(통신3사, 티어1)에 붙지 않고 중계접속을 해도 서비스에 문제가 안 생기게 정책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을 거친 상호접속 전문가다.

이처럼 상호접속 시장에 경쟁이 활성화되면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네이버가 다른 통신사들의 망 여유분 정보 등을 충분히 인지할 경우라면 KT와 접속된 네이버로선 과거에는 (상호접속료를 뺀) 1만원만 내다가 KT에서 다른 통신사(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로 가는 트래픽의 접속료(1천원)가 들어와 1만1천원을 내게 되니 요금이 올랐다고 볼 수 있지만,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선 KT에서 1천원을 받는 것보다는 네이버를 직접 유치해 9천원을 받는게 낫기 때문에 네이버는 과거 1만원을 내던 비용을 낮출 여지도 생긴다.

통신사들의 자발적인 중소 CP 망 사용료 인하 움직임도 감지된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CP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게 된다면 중소 CP의 부담은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등의 주장처럼, 상호접속제도를 무정산이었던 2016년 이전으로 되돌리면 안 될까. 이 위원은 “아무리 많은 트래픽을 보내도 접속료를 무정산하는 방식은 글로벌 CP처럼 힘이 센, 큰 CP에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2004년 통신사들에게 인터넷망 접속거부를 못하게 제도화했는데, 실제 드는 증설비용과 무관하게 접속료를 무정산으로 돌리면 국내 통신사들은 구글·넷플릭스와 제대로 싸워보지(접속 분쟁을 벌이지) 못하고 두 손 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국내외 CP 역차별 해소에 관심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상호접속제도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외국 CP들이 너무 시장지배적”이라면서 “균형감을 잘 살려 적절한 선에서 상호접속 고시 문제를 해소해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해외CP들과 국내 ISP들 간의 망 대가 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 사적계약으로 이뤄져 정부 개입 여지가 적지만, 그런 부분들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