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신도시·서울역쪽방촌 다 취소해야”…반발 여론 확산
by김나리 기자
2021.03.25 17:22:44
“공익성·신뢰 상실한 공주법 사업 취소해야” 비판나와
“전 세계 유례 없어”…전문가도 우려 표해
다만 정부는 지속 추진 방침
|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와 ‘일산연합회’,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25일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청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사진=김나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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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공익성이 전무함에도 ‘공공주택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과 ‘3기 신도시 사업’은 즉각 취소해야 한다.”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오정자 위원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3기 신도시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3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공공주택특별법(공주법)을 적용하는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는 25일 일산연합회,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과 서울 종로구 권익위원회 별관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3기 신도시·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국무총리실에 접수했다.
공주법에 따라 공공주택지구로 선정된 사업지 내 토지 등은 소유주 동의 없이 강제로 수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주법에 근거한 3기 신도시와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은 달성하려는 공익이 존재하지 않거나 해당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극도로 상실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선 “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이후 청와대 경호처 경호관, 각급 공무원 등이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 공급 사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세력의 이익을 실현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창릉신도시의 경우 실제 신도시 지정 전 도면 유출 사고가 있었던데다 최근에는 GTX 창릉역 신설이 발표된 가운데 LH가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비용 1600억원을 전적으로 부담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러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이 강행된다면 부동산 투기 근절은 커녕 투기 세력만 이익을 실현하는 사업이 될 것이란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공주법으로 진행하는 또 다른 사업인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정부가 “재개발 계획에 쪽방촌 주민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공공이 나서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후암특별계획구역1(동자동)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안에는 전체의 54%가 이미 공공임대주택으로 들어 있었고, 진행 중이던 신규 사업안에도 이미 공공임대주택 1700가구가 포함돼 있었다”며 “쪽방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이 민간 개발을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었던 만큼 정부가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해 달성하려는 공익 자체가 부존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간 전문가 그룹의 수지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의 개발이익은 2조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됐다”며 “결국 국토부는 이미 쪽방 주민들과 상생을 모색하며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지역민들에게서 땅을 빼앗아 막대한 개발이익을 거두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기 신도시 토지주 등으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10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시흥·광명 일부 토지주들도 최근 3기 신도시로 추가된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신도시 예정지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토교통부 등에 제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3기 신도시 철회를 요청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3기 신도시를 철회해 달라’며 올라온 청원에는 동의자가 11만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도 공주법 근거 사업에 정당성이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주택특별법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법적인 법”이라며 “과거 개발이 덜 되고 집이 부족하던 당시에는 일부 정당성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정당성 자체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도심 한가운데서 공주법에 근거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며 “공주법을 폐지하거나 적어도 개정해 강제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주법 등에 근거한 주택 공급 사업을 강행해나갈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열린 제1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3기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정부의 8·4대책, 2·4 주택공급대책 등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거나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되는데, 정부는 주택공급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결코 흔들림, 멈춤, 공백없이 일관성 있게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