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도 보안스티커 붙여야 하는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

by이소현 기자
2020.07.21 17:56:12

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 메카
기술 첨단화…버추얼 개발 도입
세계 시장 누빌 '미래차' 산실 역할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정문(사진=현대차)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내 1위 기업 총수도 예외가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미래자동차와 모빌리티 협력 논의를 위해 21일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갤럭시 스마트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고 입장했다.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가 국가 지정 보안시설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물론 현대·기아차 비(非) 연구직에게도 쉽게 공개하지 않는 철통 보안구역이라 내부에서의 일체 촬영은 금지된다. 남양기술연구소에 들어가려면 사전에 방문 신청을 해야 하고, 방문객 센터를 통해 신분확인과 보안검색을 거쳐 휴대폰 및 노트북에 보안 스티커를 부착해야 입장할 수 있다. 출입국 수속만큼 까다롭다는 게 방문자들의 전언이다.

이 부회장도 일반인과 같은 출입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외빈 일정 방문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국가보안시설인만큼 VIP 방문이라도 관련 절차를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보안을 가장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차량과 엔진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남양기술연구소의 입구 주차장만 해도 위장막으로 가린 개발 중인 현대·기아차 차량이 진을 치고 있을 만큼 외부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철저히 막고 있다.



1986년 12월 경기도 화성시 남양만 간척지를 매립해 설립한 남양기술연구소는 자동차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세계 자동차 산업 5위권으로 진입,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의 메카로 세계 시장에 출시하는 현대·기아차의 개발을 전담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종합 자동차 연구소다. 자동차 개발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347만㎡ 부지에 종합주행시험장, 충돌시험장, 디자인센터, 재료연구동, 전자연구동 등의 시설을 갖췄다. 연구개발 인력만 1만4000여명이 근무한다.

남양기술연구소에서는 2000년대부터는 전동화 제품인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총 4가지 친환경차 개발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차종으로 아이오닉과 코나·니로, 넥쏘 등이 있다. 내년에 선보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3세대 전기차도 개발 중으로 그린뉴딜의 한 축인 친환경차 개발을 비롯해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등 미래자동차 개발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갖춘 산실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남양기술 연구소는 미래 기술을 바탕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버추얼 개발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기술로, 가상의 자동차를 만들거나 주행 환경을 구축해 신차의 디자인, 설계, 안전성, 성능 등을 디지털로 빠르고 유연하게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실물과 흡사한 테스트카를 다량으로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소요가 컸다. 그러나 버추얼 개발은 선행 개발 단계부터 품질을 검증해 품질 향상은 물론 신차 개발 기간의 약 20%를 줄일 수 있고, 개발 비용을 연간 약 15%를 절약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과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 현실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인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