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종교인 과세 시행령 미확정"..차관회의 연기, 막판 진통
by최훈길 기자
2017.12.20 19:18:08
시행령 개정안 처리할 차관회의 21→22일
비과세 범위, 세무조사 놓고 갑론을박
참여연대·경실련 "특혜 조항 삭제해야"
개신교 단체 "개정하면 조세저항 직면"
26일 국무회의..1월 시행 앞두고 진통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공공기관 CEO 워크숍’에서 “새정부는 공정경제라는 기반 위에 사람 중심 투자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가 공정한 바탕 위에 있지 않으면 (국민이) 정부에 신뢰를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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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관련한 시행령 개정안 처리를 연기하기로 했다. 종교인 특혜성 개정안을 바꾸라는 시민단체와 원안 유지를 촉구한 개신교의 입장 차가 크자, 정부가 안건 처리 일정을 늦춘 것이다. 내년 1월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막판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서울 광화문 KT 스퀘어에서 열린 ‘공공기관 CEO 워크숍’ 이후 기자들과 만나 종교인 과세 시행령이 확정됐는지 묻는 질문에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관계부처들과도 토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21일 차관회의를 열고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차관회의 일정을 22일로 연기했다.
앞서 기재부는 예정대로 내년에 과세를 시행하되 과세 방식은 교계 의견을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 활동비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아 과세 범위가 제한됐다. 세무조사 범위는 종교 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돈을 기록한 별도의 장부로 한정했다. 세무조사 관련해 종교인에게 수정 신고를 우선 안내해 자진시정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알려지자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입법 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계의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사회 등은 종교인 소득신고 범위나 종교단체 세무조사 배제원칙 등이 과세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하고 있다”며 “조세행정의 형평성과 투명성에 관해 좀 더 고려해 최소한의 보완을 해달라”고 지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에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19조 제3항 제3호에는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을 비과세 종교인 소득 범위에 추가하고 있다”며 “이 문구는 사실상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종교인 소득 전체에 대한 비과세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실련은 “종교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 관리한 경우 자료에 대한 (세무)조사와 제출도 못 하도록 하는 것 또한 문제가 크다”며 “세무 공무원이 질문조사를 하려 해도 세무관청이 먼저 수정신고를 우선 안내하도록 하는 것은 일반적인 세무조사대상자에 비해 엄청난 특혜를 주는 꼴”이라며 시행령 222조 제2~3항 삭제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종교인 소득의 범위를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하게 하고 세무조사를 무력화하는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며 입법예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납세자연맹은 시행령 제41조 제14항 관련해 “종교 관련 종사자가 소속된 종교단체로 한정했다”며 “이 조항에 따라 ‘종교인이 다른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각종 명목의 수입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종교 관련 종사자가 소속된 단체’라는 부분을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과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는 18일 성명에서 “시행령 개정이 자행된다면 위헌심사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심각한 정교갈등과 함께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순교적 각오로 종교의 자유와 교회 수호를 위해 일사각오의 결단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찬반이 이처럼 팽팽하다 보니 입법예고 기간 중에 접수된 의견이 1만건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오는 22일 차관회의에서 시행령을 의결하면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29일 시행령 확정안이 공포된다. 시행령 통과 여부와 별도로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은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과세 필요성이 공식 제기된 1968년 이후 50년 만에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