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유치전 본격화…부울경 경쟁 속 ‘원전 밀집’ 우려

by정두리 기자
2026.02.02 15:27:11

원전 밀집 지역에 신규원전 추가 가능성에
장거리 송전선로 확충 등 부담 확대 우려
지역 분산형 전력체계 필요하단 목소리도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원전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원전 유치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원전업계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중심으로 물밑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부분 기존 원전 밀집 지역에 신규 원전이 추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거리 송전망 확충에 따른 비용·갈등 확대 및 지역 간 전력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북 울진에 운영중인 신한울1,2호기. (사진=한수원)
2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1.4기가와트(GW)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2037∼2038년, 0.7GW 규모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2035년까지 준공하는 신규 원전 건설 후보부지 유치 공모 절차에 착수해 오는 3월 30일까지 접수를 받고 있다.

현재 원전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는 부·울·경 지역이다. 대형 원전은 울산시 울주군과 경북 영덕군, SMR은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물망에 올랐다. 이들 지자체 및 주민단체들은 정부의 새 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곧장 유치 홍보 활동에 나서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번 유치 공모 접수가 마무리되면 한수원은 6월 25일까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 선정 평가위원회를 통해 각 후보지의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선정 결과는 평가 마무리 후 일주일 이내 발표된다. 한수원은 부지 평가·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 건설허가를 받고 2037·2038년(SMR은 2035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달리 신규원전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원전을 무턱대고 강행할 것이 아니라 전력수요 관리와 효율개선, 분산형 전력체계 등 정책적 조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국회에서는 진보당 윤종오 의원, 정혜경 의원, 탈핵시민행동 공동주최로 정부의 신규 원전 추진이 타당한지 검토하는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로 원전을 대안으로 제시하나, 전력 과잉과 지역 불균형, 안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한국전력이 국회에 제출한 지역별 전력자급률 자료를 보면, 경북은 262%, 강원은 212%, 전남은 208%, 부산은 170%, 경남은 125%인 반면 서울은 7%, 경기도는 62%에 그친다.

특히 신규 원전을 기존 원전 밀집 지역에 짓게 될 경우 수도권·대도시까지 전기를 보내기 위해 초고압 송전망을 더 길고 굵게 깔아야 해 비용·손실·갈등이 모두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윤종오 의원은 “부울경은 20기가 넘는 원전이 밀집한 세계 초유의 원전밀집지역”이라면서 “서울은 전력 자급률이 10%도 안 될 때 지역은 200%가 넘는다. 지산지소는커녕 엄청난 에너지 부정의에 또다시 부정의를 더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AI 기술 역시 향후 더 적은 에너지로 동작하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의 고에너지 소비 구조를 10~15년 뒤까지 선형적으로 연장해 원전 건설을 정당화하는 것은 과도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가 설계도 완성 전인 SMR을 2030년대 중반 상업운전 전제로 전력계획에 포함한 것을 두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례”라며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국가 전력계획을 거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