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10%가 軍 관할…철책 150km 철거 등 군사시설 정상화 추진

by김관용 기자
2018.08.16 14:06:15

국방부,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군사시설 조성
현대적 작전 개념 고려한 규제 완화
軍 무단 점유 사유지에 대한 적극적 보상 추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국토에 산재해 있는 군사시설과 과거 군사 용도로 편입(징발)된 토지, 군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공유지 등을 합하면 약 10분의 1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접경지역인 강원도와 경기도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약 5176㎢로서 지역주민들이 국가안보에 뒤따르는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군 주둔지와 주민들의 생활권이 충돌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기존 부대 인근에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경우, 주민들의 높아진 생활권에 대한 요구 수준에 부응하지 못해 군사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변 군부대로 인한 불편을 감내해 온 지역주민들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로 인해 군사시설 이전 요구가 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이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도심지라 하더라도 작전 여건상 주둔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고, 설령 이전이 가능하더라도 이전 예정지와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는 국방개혁2.0의 일환으로 △현대전 작전개념을 고려한 규제 완화 △재산권·생활권 등 국민 권리 침해에 대한 적극적 보상 △지역사회와 공존을 위한 군 스스로의 노력 등을 추진한다.

철책 설치는 국방부가 하고, 철거할 때는 지방정부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책 제거 비용도 거의 대부분 지자체에서 부담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국방부는 이를 개선해 관할부대는 경계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철책 철거소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국비를 투입해 철거함으로써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환경 변화를 고려한 군사작전 개념 보완과 주민 및 지자체 요구에 대한 전향적 검토 기조를 바탕으로 각종 군사 규제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최소한의 작전 필수지역은 확보하되, 국민 재산권 보장과 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의 해제 및 완화를 꾸준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영농 활동 보장을 희망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출입통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규모 개발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지자체 요구에 대해서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조정 없이 개발 여건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최근 급증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 관련 군사시설보호구역 협의 세부지침을 마련하는 등 정부 시책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군이 점유하고 있는 사유지와 공유지 전체 면적은 약 5540만㎡로 공시지가로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땅은 약 2572만㎡(공시지가 4700억원)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적법하게 점유한 땅도 점유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무단점유로 전환된다.

상속 등으로 본인 또는 선대의 토지가 군에 의해 점유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방부는 우선 철저한 측량을 통해 점유면적 등을 명확히 해 소유자에게 군의 점유사실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국가배상을 통한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또한 점유지 사용실태 파악을 통해 불필요한 토지는 최대한 소유자에게 반환하는 한편, 매입 보다는 임대 확대 등을 통해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국가 예산상의 문제로 즉각적인 매입과 반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황을 투명하게 알리는 적극 행정과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폐기된 군 시설물로 지뢰 매설 지대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이데일리 DB]
군 유휴시설은 과거 건물 신축 시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거나 작전계획 변경 등으로 부대 해체·축소 후 기존 건물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누적돼 발생한 것이다. 특히 영외의 경우 대형 시설이 철거된 후에도 잔존 시설물과 잔해가 곳곳에 널려있는 경우가 있어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유휴 및 방치 시설물은 미관상 문제뿐만 아니라 붕괴 위험과 건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 등을 안고 있다.

군 당국은 지속적으로 이를 철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유휴·방치시설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특히 과거 1960~1980년대에는 해안지역에 감시초소 등의 군사시설을 설치해 운영했지만, 감시 장비의 발달과 군 병력 감소 등으로 더 이상 운영되지 않고 있다. 전국의 해안 및 강안 철책은 약 300km에 이른다. 이중 불필요한 부분을 철거한다는 계획으로 국방부는 현재 절반 가량이 철거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군 자체적으로 철거 가능한 구간은 올해부터 조치하고 그 밖의 구간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작전성 검토를 통해 사용여부를 결정해 유지 보수를 통한 관리 및 철거 등 적합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및 6대 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에 존재하는 군 주둔지는 490여개로 면적은 약 104㎢에 달한다. 도심과 부대의 불편한 공존은 도심지의 확대로 앞으로 더욱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도심 주둔 필요성을 재판단해 불필요한 도심 주둔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다만, 작전상 반드시 도심지역에 주둔해야 하거나 이전해 갈 지역이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현 위치 주둔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경우 군사시설이 도심의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부대 담장 벽화와 외곽 가로수길 조성 등을 통해 미관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 부대 잉여공간에 소규모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제공하거나 민간 수익시설을 설치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등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방안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018년 연말까지 수도권 지역에서 도심 친화형 시범사업 대상을 선정하고 2019년부터는 종합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