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자진사퇴 가능성 無…靑 vs 野 초강경 대치에 시계제로(종합)

by김성곤 기자
2018.04.12 17:11:26

靑, 野 사퇴공세에 불가 기류…“선관위 답변 기다리겠다”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김기식 관련 논란 적법성 문의
“김기식, 국회의원 평균 도덕감각 밑돌고 있는지 의문”
野, 김기식 국정조사 등 파상공세…우군 역할 정의당도 등돌려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승강기 안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자 잠시 눈을 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김미영·유태환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초강경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계제로’의 상황이다. 헌법 개정안 문제는 물론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슈만큼 모두 삼켜버릴 정도로 정국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한반도에 부는 봄바람에도 정국은 김기식 논란 탓에 꽁꽁 얼어붙어버렸다. 어느 한 쪽의 치명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가 12일 야당의 사퇴공세에 맞서 김기식 원장 논란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 질의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당초 비판적 여론 탓에 김기식 원장이 뉴스 수요가 적은 13일 금요일 오후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은 완전히 사라졌다. 청와대와 야당이 배수진을 치고 운명을 건 승부에 돌입했다.

청와대는 야당의 사퇴공세에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12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질의사항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을 둘러싼 거취 논란에 말을 아끼면서 선관위의 적법성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보낸 질의사항은 △국회의원이 임기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 △피감기관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것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의 적법성 여부다.

김 대변인은 선관위에 질의서를 보낸 배경과 관련, “김기식 원장의 과거 해외출장을 평가하면서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공직자의 자격을 따질 때 법률의 잣대로만 들이댈 수는 없다. 도덕적 기준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그의 해외출장 사례가 일반 국회의원들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과연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김기식 원장 사퇴를 외치는 야당에 맞불공세도 놓았다. 김 대변인은 “김기식 원장이 문제가 되는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협조로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수천개의 피감기관 중 무작위로 16곳을 조사한 결과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모두 167차례였다. 이 중 민주당 의원이 65차례,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수천 곳에 이르는 피감기관 가운데 고작 16곳만 살펴본 경우”라면서 “전체 피감기관을 들여다보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특히 “김기식 원장과 흡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의원들의 해외출장이 보훈처에서 4번, 한국가스공사에서 2번,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번, 한국공항공사에서 2번 등으로 이또한 적지 않다”며 “김기식 금감원장의 경우에는 특정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김기식 금감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야당의 공세에 반발했다.

민주당도 여야 전·현직 의원의 해외출장 사례 전수조사에 나서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하기관 40여곳 전체를 대상으로 국회의원과 언론인의 해외출장 사례를 전수조사한 뒤 향후 향후 16개 상임위원회 전체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피감기관인 한국공항공사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에 나선 사례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청와대의 ‘김기식 사퇴불가’ 기류에 야당은 정면 반발하며 파상공세에 나섰다. 특히 김기식 원장은 ‘정의당이 반대하면 결국 낙마한다’는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우군 역할을 해왔더 정의당마저 등을 돌리면서 김기식 사퇴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김기식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116명 의원 전원 명의로 김기식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 진상규명과 청와대 인사체계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기식 원장은 정치자금에서 5000만원을 셀프기부하더니 이번엔 정책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한 달 새 무려 8000만원 정치자금을 지출했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을 향해 “도덕성이 바닥이면 능력이라도 되든지, 도덕성·전문성도 없는 김 원장을 싸고돌면서 자존심과 오기를 내세울 게 아니다”라고 해임을 요구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도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은 “피감기관 돈으로 ‘로비성 외유’를 하는 것은 명백한 적폐”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김 원장 사퇴는 빠를수록 좋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자진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