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분야 은행 독점체제 깬다.. 증권·카드사 해외송금 허용
by이진철 기자
2018.09.27 17:31:22
정부,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 방안 발표
중권사 외화 발행어음 업무 허용, 외화계좌 상품 출시
QR코드, 전자머니 등 해외결제 서비스 출시
|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 등 출국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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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해외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A씨는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외화예금 계좌에 맡기려 했다. 하지만 은행의 낮은 외화예금 금리가 만족스럽지 않아 환전수수료를 부담한 후 원화예금 계좌에 입금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들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선택해 외화자금 계좌에 자금운용을 맡길 수 있게 된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혁신 성장과 수요자 중심의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방안’은 송금, 환전 등 은행 외국환업무 중심의 외환분야 칸막이를 해소해 금융기관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내부 시스템 구축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1분기부터 은행 뿐 아니라 증권·카드사를 통해서도 건당 3000달러, 연간 3만 달러 이내에서 해외 송금이 가능해진다. 지역 농·수협의 송금한도는 연간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상향해 해외 송금시장에서 경쟁 환경을 조성한다. 소액 송금업의 송금 한도도 연간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상향되고,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사, 카드사를 통해서 자금 정산을 할 수 있게 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등의 외화발행 어음 업무가 가능해져 은행보다 금리 경쟁력이 있는 외화 예금과 유사한 수신성 상품을 팔 수 있게 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두 곳이다.
정부는 QR코드 결제 등 새로운 형태의 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한 해외 결제가 가능하도록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통해 해외결제시 비자(VISA), 마스타(MASTER) 등에 결제금액의 1% 수준의 수수료를 납부했다. 앞으로는 외국환업무가 허용된 은행·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QR코드, 전자머니 등 해외결제 서비스로 수수료 없이 결제할 수 있다.
환전 방식도 다양해진다. 현재 해외에서 필요한 외화를 온라인을 통해 환전을 신청하면 공항 내에 있는 은행 지점을 방문해 신원확인을 거쳐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환전을 신청하고 출국장에 있는 무인환전기에서 환전한 외화를 찾을 수 있게 바뀐다.
공항 내 환전수수료도 통합 공시해 소비자가 직접 환전수수료를 비교해 싼 곳에서 환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말까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내 ‘외환길잡이’에 통합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정부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사고파는 것을 중개하거나 온라인으로 환전을 중개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시범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제정되면 금융위원장이 위원장을 맡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가 심사해 이들 사업의 허가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의 해외지점 설치 인정기관에 중소벤처기업기업부를 추가했다. 수출 기업이 아닌 벤처·신생 기업 등도 해외지점 설치가 수월토록 하기 위해서다.
자본거래, 수출입 거래 대금을 지급·수령할 때 전자문서로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개선된다. 현재는 2만 달러(동일인 1일 기준) 초과 시 서면으로 지급·수령 사유를 확인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사본 제출을 허용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해외에서 자금을 수령할 때 구두 증빙을 통해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2만 달러(동일인 1일 기준)에서 5만 달러 이내로 한도가 높아진다. 앞으로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소액 임차(보증금 1만달러 이하)할 경우 신고의무가 면제된다.
해외직접투자 기업의 서류제출 의무도 완화된다. 연간 사업실적 보고서,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투자액 100만달러 초과에서 200만달러 초과로 완화된다. 투자현황표 제출 의무도 50만~100만달러에서 100~200만달러로 바뀐다. 100만달러 이하는 제출 서류가 없어도 된다.
정부는 불법 외환거래 검사 부문 인력을 보강하고 신고하지 않은 해외 계좌 등과 관련된 정보는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공유해 불법 자금 유출에 대한 모니터링과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3000달러 이하 비대면 송금의 경우에도 합산 금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은행이 자율적으로 송금 사유 등을 확인하도록 유도해 불법 송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주현준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장은 “시행령·고시 개정, 유권해석 등을 중심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외환제도·감독체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전자결제, 해외송금 등 핀테크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