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여건에 잠수함 근무 기피…10명 중 7명 중도 하차

by김관용 기자
2017.03.21 15:44:36

2006~2016년 잠수함 승조원 양성 연평균 69명
승조원 그만둔 인원 연평균 46명, 약 70%가 중도 이탈
5년 이상 된 베테랑 부사관, 전체의 절반에 그쳐
해군 "근무 여건 개선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 추진"

우리 해군의 214급 잠수함인 손원일함 [사진=해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 10명 중 7명이 중간에 그만두고 잠수함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21일 해군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잠수함 승조원으로 양성된 장교와 부사관은 연평균 총 69명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잠수함 승조원을 그만둔 인원이 연평균 46명에 달해 70% 가량이 중도에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 관계자는 “장교의 잠수함 승조원 지원율은 목표치보다 많게 지원하고 있지만, 부사관은 다소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은 209급(1200톤)이나 214급(1800톤) 모두 40여명 정도다. 이중 장교는 10명 이내로 나머지는 모두 부사관이다. 부사관은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잠수함 전력의 핵심이지만 잠수함 근무 경력이 5년 이상인 부사관은 전체의 50%에 불과하다.

사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항상 긴장하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만큼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잠수함은 보통 한 달여 동안 작전을 한다. 승조원들은 출항하는 순간부터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700여m 물속에 있으니 전파를 받을 수 없어 외부 통화가 불가능하다. TV 시청 조차 어렵다.



사방이 밀폐돼 있기 때문에 햇빛을 볼 수 없어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다. 협소한 공간에서의 행동 제약으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고개도 제대로 들 수 없는 침상에서 잠을 잔다. 육지 공기와 동일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여러 장치들이 있긴 하지만 부족한 함내 공기 사정으로 어렵게 호흡할 수밖에 없다. 샤워는 고사하고 마실 물도 넉넉지 않다.

특히 함 내에서 발생하는 소리로 인해 적 수상함에 탐지될 수 있기 때문에 승조원들은 조용히 생활한다. 큰 소리로 대화도 못한다고 한다. 응급환자 발생시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는 것이 잠수함 승조원들의 현실이다.

해군은 이같은 잠수함 대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기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당을 인상하고 근무 경력 가점 부여 등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육상 업무와 행정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해 업무 부담도 경감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승조원들의 체계적 건강관리를 위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최근 해군본부의 제안으로 국군기무사령부 예하 국군의학연구소는 ‘잠수함 근무 환경의 유해 인자 분석 및 특수 건강진단을 포함한 건강모델 개발’이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잠수함 승조원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을 밝혀내 이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승조원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모델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잠수함 승조원들에 대한 과학적 건강관리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면서 “잠수함 승조원들의 문화활동 기회 증대 등 사기 진작을 위한 제도를 추진하고 근무 여건 개선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