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세무조사?...김재수 농림장관의 '남탓'

by피용익 기자
2017.03.15 17:48:35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농식품부-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BBQ 등 치킨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세무조사까지 거론하며 ‘공개 경고’를 했던 농림축산식품부가 업체가 가격을 내리자,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말을 바꿨다. 농식품부의 엄포에 가격 인상을 포기한 업계는 이같은 입장 선회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15일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논란과 관련해 “물가가 시장에서 조절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닭고깃값이 오른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실제 조사를 하는 것 같지 않은데 언론에 그렇게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를 휘두르는 시대는 지나갔다”고도 했다.

이는 앞서 BBQ의 가격 인상 계획이 알려진 직후인 12일 농식품부가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당시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치킨 소매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며 “치킨업계는 닭고기 생산업체와 ㎏당 1600원 내외의 상·하한선을 정한 뒤 6~12개월 단위로 계약·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세청 세무 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경고했다.

언론은 이같은 농식품부 브리핑을 토대로 보도했는데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일자 김 장관은 이를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BBQ는 농식품부의 강경 입장에 결국 손을 들었다. BBQ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사실상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나온 김 장관의 발언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세무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며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며 “BBQ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자 갑자기 언론 탓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계란 대란’도 언론 탓으로 돌렸다. 그는 “‘AI로 달걀이 부족하다’, ‘달걀 대란’이라고 언론에 나왔지만, 실제 부족하지 않았는데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