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 美에 사드式 보복 "유학·관광 자제하라"

by신정은 기자
2019.06.04 19:09:26

중국 외교부, 美유학 경계령 이어 여행 주의보 발령
작년 美방문 中관광객 290여만명..22조4800억원 써
중국 교육부는 3일 '유학비자 발급 주의하라' 경고

사진=AFPBB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베이징=김인경 특파원] 중국 정부가 미국 유학에 이어 관광에 대해서도 주의보를 내렸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보복 카드로 풀이된다. 무역 협상에서 시작된 미·중 간 갈등은 이제는 외교, 군사, 문화 등 전 분야로 전선을 넓히는 분위기다.

4일 중국 외교부와 문화여유부는 올해 12월31일까지 미국행 안전을 당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이 출입국 검문 강화 등 중국인의 입국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내 치안과 안전의식에 주의해야 하라고 경고했다. 특히 총격, 강도,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미 중국 공관에 긴급히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유커’(遊客·중국 여행객)은 미국 관광업계의 큰 손이다. 전미여행관광청(NTTO)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중국 여행객은 290만여명으로, 이들이 미국에서 쓴 돈은 약 188억달러(약 22조48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발표됐다. 중국 여행객의 미국 방문을 억제해 간접적인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교육부는 전날 미국 유학비자 발급에 주의하라는 내용을 담은 ‘2019 제1호 유학경계령’을 발효하기도 했다.

쉬메이 중국 교육부 대변인은 “최근 미국 유학비자 발급과 관련해 일부 중국인들이 비자 심사기간 내에 비자를 받지 못하거나 유효기간이 단축되는 경우, 혹은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유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미국에서 학업을 완수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 유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인지한 후, 준비를 하라고 경고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1978년 이후 458만명의 중국인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322만명이 중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온 이 유학생들이 양 국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고 중국의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실제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 중국인의 미국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명문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을 집중 견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만큼, 중국 정부의 유학경계령이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며 창출하는 경제활동 규모는 140억달러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미국과 긴장 상태에 직면해 있는 시점에서 교육부가 유학경계령을 발효하며 중국 학생들의 부모들에 위험을 상기시키고 있다”며 “미국 유학에는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드는데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라며 이번 경계령이 미국 학교들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 ‘금한령’을 내렸던 것과 비슷하다. 다만 당시 중국 당국은 여행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한국 여행을 제한했다면 이번에는 외교부가 직접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압박을 가했다.

미국 정부 역시 이번 조치에 대해 반격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유력한 카드는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의 10%에서 25%로 인상한 뒤 중국이 보복할 경우 나머지 중국제품 3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일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중국의 나머지 3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10% 부과할 확률이 60%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