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강·대한방직·휴스틸 등…24일은 ‘주주제안 슈퍼 주총일’
by이명철 기자
2017.03.23 18:17:07
대신지배구조硏 “주주제안 32곳 중 과반 이상 집중”
경영권 간섭 행위로 인식…强대强 대립구도 벗어나야
| 3월 중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주주총회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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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기업 의사결정에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주주활동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주주제안이 정기주총 시즌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슈퍼 주총’이 열릴 오는 24일에는 20여곳에 가까운 상장사가 임원 선임·해임이나 배당안 등을 놓고 기업과 주주간 표 대결일 벌어질 전망이다.
23일 대신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소집공고문 기준으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상장사 수는 32개로 집계됐다. 이중 3분의 2 가량인 21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었다. 주주제안 안건 상정 기업 중 절반 이상인 18개는 24일 주총을 개최해 ‘주주제안 슈퍼 주총일’이 될 전망이다. 고려제강(002240), 대한방직(001070), 송원산업(004430), 조광피혁(004700), 휴스틸(005010) 등이 이름을 올렸다.
32개 기업에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은 총 67건이다. 상장사 한곳당 2.1건의 주주제안이 올라온 셈이다. 안건 중 77.6%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관련된 주주제안이었다. 정성엽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의 예를 규정한 것으로 국내 주주제안은 이러한 행위에 집중됐다”며 “이 때문에 주주제안이 곧 경영권 간섭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빈도가 가장 높은 주주제안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로 총 26건이 상정됐다. 사내이사 또는 사외이사·감사를 선임하거나 사내이사를 해임하라는 요구 등이다. 배당에 대한 주주제안도 30% 가까운 20건에 달했다.
경영권에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주주제안 무력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상법상 주주는 주총 6주전 주주제안을 해야하는 반면 기업은 주총 안건 공고를 2주전까지만 하면 돼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
이사회에서 기업에 유리한 안건을 먼저 의결토록 순서를 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24일 주총을 여는 CS홀딩스(000590), 아트라스BX(023890), 우노앤컴퍼니(114630), 휴스틸 등은 배당 관련 이사회 안을 1-1호로 올렸다. 이사회 안이 먼저 가결될 경우 1-2호 이후로 밀린 주주제안은 자동 폐기될 수 있어서다.
대주주에 대한 3% 의결권 때문에 주주제안이 활발한 감사 선임의 경우 감사위원회를 도입토록 정관을 변경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아예 감사위원회를 꾸려 주주들이 추천한 개별 감사 선임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감사위원회 도입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일환이 아닌 주주제안 무력화라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주주제안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원칙적으로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주총 중 주주제안 감사 선임에 맞서 감사위원회 도입을 내세운 곳은 CS홀딩스(000590), 조선선재(120030) 등이다.
사전에 상법 제462조 제2항에서 허용하는 재무제표(이익잉여금 처분 계산서 포함) 승인을 이사회 결의로 하도록 정관을 바꿔 주주제안으로 배당이 제안돼도 상정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주주제안이 경영권 위협 행위로 비춰지면서 정당한 주주제안에도 기업이 강하게 대응하는 ‘강대강(强對强)’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원은 “‘경영권 대 주주권’이라는 대결 구도가 지속되면서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건전한 주주제안 활성화와 이사회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