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협상 타결]타결내용 뜯어보니…석연치 않은 '3가지'

by장영은 기자
2015.12.28 19:10:13

日정부 주체 사죄 이끌어 냈지만 '미흡' 지적 잇따라
"조속한 타결에만 방점 둔 것 아니냐" 비판도
"한일 관계 변수 많아 장밋빛 미래 전망은 이르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양국 정부는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의미가 있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양국의 협의를 통해 진전된 결과를 도출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12차례에 걸친 국장급 협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일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과거사 문제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로 여겨졌던 위안부 문제가 양국 정부의 합의로 타결에 이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속한 타결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용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죄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동안 도의적, 인도주의적 책임을 내세웠던 것에 비해 진일보한 표현이었다는 평가와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기시다 외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가 집권 후 처음으로 일본 정부를 대표해 사죄를 표명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고노 담화보다 못 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성환 계명대 일본학과 교수는 “고노담화에서 이미 당시 군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그것을 정부 차원의 담화로 발표했다”며 “어떤 책임을 느끼는지도 불분명하고 (공동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봤을 때도 크게 진전이 없다”고 해석했다.

위안부 피해자 재단을 위한 한국 정부에서 설립하고 여기에 일본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린다. 우리 정부는 이 방안이 ‘창의적인 해법’이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군이 당시 국제법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우리 부녀자를 강제징용한 사실에 대한 배상을 하는 데 왜 우리 정부가 개입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재단 설립의 주체를 한국 정부로 함으로써 일본 정부가 명시적인 책임의 주체가 되지 않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기사다 위무상도 기자회견 후 일본 정부의 출자에 대해 “배상은 아니다”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 결국 일본 정부가 법적인 책임을 지는 배상은 피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외교적으로 전례가 없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양국 정부가 합의했다고 해서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우리 정부로서는 또 다른 외교적인 부담을 떠안았다는 분석도 있다.

위안부 문제는 다른 외교 현안과는 달리 정부 차원에서 합의했다고 종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시 여성 인권 침해라는 점에서 보편적인 인권 문제이자, 피해자가 엄연히 생존해 있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안부 문제의 첫번째 단계인 국가간 협상은 도출이 됐지만 그 안을 어떻게 자국민에게 설득시키는가는 남아 있다”며 “피해자 당사자 할머니들이 인정할 수 있는 결과여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나눔의 집은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46명의 의견을 모아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일 정부 차원의 협상은 끝났을지 모르겠지만, 합의안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과정이 남은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한국 정부에도 외교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