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진작 좀 잘하지"…한국당 뒤늦은 YS 추모 총력

by유태환 기자
2018.11.26 16:58:52

추도 3주기 전당적 추모 행사 준비하며 예우
하지만 앞서 3년 동안 사실상 YS 관리 소홀
김현철 민주당원…김덕룡 文후보 대선 지지
보수 적통 확보 발등에 불 떨어져서야 나서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등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식에서 고인의 추모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고(故) 김영삼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당적 추모 행사를 준비했다.” 자유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마련한 김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식을 홍보하면서 밝힌 포부다.

한국당은 실제로 20일 열린 해당 추모식 약 일주일 전부터 초청장 발송과 함께 포스터를 중앙당사 및 시도당·당 소속 국회의원실에 게시하며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또 18일부터 24일까지를 김 대통령 추모 주간으로 지정하면서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예우’보다는 “진작 좀 잘하지 그랬느냐”는 아쉬움이었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정치적 악재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한국당이 김 대통령 서거 뒤 보여준 태도는 말 그대로 소홀 그 자체였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직접 나서 김 대통령의 상도동계 포용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당시 문 후보 마크맨(전담 취재 기자)이였던 기자가 본 상도동계의 문 후보 지지 선언은 잘 짜인 시나리오 한 편이었다.



대선을 약 20일 앞둔 지난해 4월 19일 오전 상도동계 맏형격인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문 후보는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김 이사장과 면담한 뒤 “김대중·김영삼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끌었던 양대 거부다. 그 세력들이 3당 합당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됐지만 이제 새 시대를 위해 대통합을 위해 국민을 위해 함께 하게 됐다는 것에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가 이에 대해 직접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을 비판해오다가 3당 합당 주역인 김 이사장을 지금 와서 품는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 아니냐”고 물었지만, 문 후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제는 그렇게 국민들을 자꾸 편 가르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맞받았다. 김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 민주센터 상임이사도 당일 페이스북으로 문 후보 지지 의사를 전했고, 이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한국당 대선후보는 김 대통령이 정치권으로 영입한 YS키즈 홍준표 전 대표였지만 이렇다 할 손도 써보지 못하고 상도동계의 문 후보 지지를 지켜봐야만 했다. 대선 패배 뒤 김 대통령 서거 2주기에도 한국당은 당 부속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관련 토크콘서트를 한 차례 열고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는 정도에 그쳤다.

이는 민주당이 연신 김대중·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강조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을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것과도 대비를 이룬다. 평소 김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았던 한국당이 보수 적통 확보 필요성이라는 발등에 불로 인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한국당에서 김 대통령 3주기 추모식을 왜 따로 가졌는지 글쎄다”고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닥 민심을 취재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선거나 아쉬울 때 말고도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얘기다. 3년 만에 김 대통령 추모식을 대대적으로 챙긴 한국당을 보면서 “평소에 좀 잘하라”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정치인을 향한 핀잔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