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서류로 911억 대출…태양광 펀드 시공사 업주 재판행

by이영민 기자
2025.03.11 18:05:38

설비 공사를 정상 진행할 것처럼 사기
시공사 임원들 내세운 시행사로 눈 속여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태양광 발전소 설비 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것처럼 태양광 펀드 운영회사를 속여 911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가로채고 회사자금 80억원을 횡령한 태양광 발전소 시공사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11일 사기·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장모(4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기소 전 피고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 시행사인 A사의 대표이사이자 시공사인 B사의 실소유주인 장씨는 2020년 6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피해자인 태양광 펀드 운용사에게 공사 기성율(공사 진행률)이 허위로 기재된 감리검토의견서와 가짜 모듈·인버터 발주서 등을 제출해 태양광 발전소 설비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처럼 속이고, 공사대금 명목으로 총 911억 8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사기)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장씨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실제와 다른 기성율이 기재된 감리검토의견서 29매를 위조해 피해 회사에 제출하고(사문서위조), 2021년 2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A사와 B사를 위해 법인 명의의 계좌에 보관돼온 자금 80억 7800만원을 가상자산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혐의(횡령)도 받는다.

태양광 펀드는 통상적으로 펀드운용사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의 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빌려주고, SPC가 시공사를 선정해 태양광 발전 시설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미리 받은 대출금으로 공사대금과 금융수수료 등의 제반 비용을 지급한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된 뒤 태양광 발전에서 얻는 수익은 약 20년간 펀드운용사에 원리금을 변제할 때 사용된다.



검찰에 따르면,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된 경우에는 시행사가 시공사의 공사 진행 여부 등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펀드운용사는 시행사가 제출하는 증빙자료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장씨는 A사의 임직원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을 대표자로 세운 SPC를 세우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SPC를 운영하면서 A사를 시공사로 선정해 복수의 태양광 발전 사업장을 운영했다. 모듈·인버터를 발주하지 않았으면서도 시공사와 시행사가 하나인 형태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하거나 공사 기성율이 허위로 기재된 감리검토의견서를 제출해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꾸몄다.

피해 회사의 태양광 펀드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금융감독원은 사전 검사를 거쳐 검찰에 장씨의 범죄를 통보했다. 검찰은 계좌 추적과 회계분석을 통해 장씨가 태양광 공사대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가로채고, 관련 서류를 조작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익추구를 위해 자행되는 대출 사기와 법인자금 유용 등 기업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엄단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