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같은 한국인, 버터 냄새 나는 발레로 세계 중심 섰죠"

by장병호 기자
2025.01.08 19:24:47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김선희 한예종 교수, 퇴임 앞두고 제자들 모아
박세은·최영규·전민철 등 발레 스타 한 무대에
11~12일 총 3차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청국장 같은 한국인이 버터 냄새 나는 발레를 배워서 세계 발레의 중심에 선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은 이번 공연을 이같이 소개했다.

오는 11~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3회에 걸쳐 열리는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은 한국 발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출연진부터 화려하다.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최고무용수) 박세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채지영,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솔리스트 한성우,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예정인 전민철, 그리고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예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 등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올라 ‘K발레’의 저력을 보여준다.

김선희 예술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교수가 이들을 한 무대에 모았다. 김 교수의 오는 2월 한예종 정년퇴임을 앞두고 만들어진 공연이다. 김 교수는 “한국 무용수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보여주고자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며 “각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 중인 무용수들을 한국에 초청하기 위해 단장들에 읍소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등 발레 대표작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윌리엄 포사이드, 조지 발란신 등 현대발레 거장의 작품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한예종 무용과의 조주현 교수가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안무한 ‘수제천’도 함께 선보인다.



고전과 현대, 창작을 아우르는 한국발레의 완성도와 예술적 깊이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김 교수는 “보석 같은 작품들을 엄선했다”며 “청국장과 버터가 하나로 어우러져도 멋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최고무용수)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용수들은 김 교수의 가르침이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세은은 “프랑스에도 한예종이 많이 알려졌고 교수님도 많이 거론된다”며 “한국 발레의 장점을 찾기 위해선 교수님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해준 분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 발레의 완전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말했다.

최영규는 “팔 하나의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그걸 고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엄격했다”며 “그때의 배움이 있었기에 지금도 발레단에서 클래식발레를 연습하면 팔 동작을 잘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성우는 “교수님이 들고 다니는 열쇠 꾸러미 소리만 들어도 긴장됐다. 발레의 현미경처럼 모든 동작, 라인을 가르쳐주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발레의 별빛,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공연을 위해 세계 발레계 주요 인사들도 한국을 찾는다. 보스턴발레단의 미코 니시넨 예술감독,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유리 파테예프 예술감독,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테드 브랜드슨 예술감독,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스튜디오 컴퍼니 사샤 라데츠기 등이다. 김 교수는 이번 공연과 연계해 한국 발레가 세계적으로 도약할 발판이 될 ‘서울발레포럼’(가칭) 출범을 위한 논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 교수는 “성인 취미 발레가 활성화 되고 발레 스타가 탄생하면서 발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발레가 어떻게 시장으로 선순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서울발레포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과 네트워킹을 구축해 한국을 세계 발레의 새로운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